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보궐선거 결과는 물론 최종 득표 차이에 따라 정계 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어 여야가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 캠프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강서구에 국한된 선거가 아니다. 퇴행하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략공천으로 진 후보를 확정하는 등 상대적으로 일찌감치 보궐선거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 투쟁과 체포동의안 가결, 박광온 원내대표 사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기각 등을 겪으며 지도부가 온전히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복귀를 통해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의 단식이 장기간 이뤄진 탓에 완전한 회복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모양이지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보궐선거일 이전에 진 후보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늦어도 사전투표를 앞둔 오는 6일 복귀가 유력한 가운데 강서구에서 현장최고위를 한 차례 더 열거나 현장 유세 일정에 진 후보와 동행하는 방식 등이 유력하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지도부 등을 총동원한 상태다.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는 추석과 개철전 연휴였던 지난 2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모아타운 추진위원회 간담회, 강서구청 아침인사 등의 일정을 소화하며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지난 3일에도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 초청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전국공항노동조합 간담회를 비롯해 화곡역사거리, 화곡본동시장 등에서 집중유세를 펼쳤다.
여야가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는 이번 선거가 사실상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윤석열 바람을 타고 상대적으로 험지인 서울 강서구에 국민의힘이 깃발을 꽂으며 민심이 확인된 바 있다.
만약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다시 승리를 거둔다면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윤심(尹心) 공천이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 인사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출마 준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표 영장심사 기각으로 한숨을 돌렸던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 대한 사실상 이 대표의 불신임이 이뤄진 셈이어서 조기 선대위 체제 구축, 이 대표 용퇴론 등으로 인해 더욱 큰 갈등이 생길 전망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두 자릿수 이상으로 크게 이긴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윤 대통령이 김 후보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공천에 대한 메시지를 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와 용산을 향한 책임론이 대두될 전망이다. 수도권 위기론 확산에 따라 비대위 출범은 물론 비윤(비 윤석열)계 정치인들을 포함하는 통합형 선대위 구축 등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민주당은 승리로 인해 민심이 확인된 만큼 친명(친 이재명)계가 이 대표를 앞세워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비 이재명)계 축출에 나설 수도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강서구민들께서 이번 선거를 통해 윤 정부 심판을 시작해 달라”며 윤 정부 심판을 위해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일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전국공항노동조합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 “강서구청장에 민주 대표의 체면 세워줄 사람을 뽑아서 강서구민만 손해 볼 이유가 무엇이냐는 합리적인 판단을 강서구민들이 하는 거로 보고 있다. 잃어버린 16년을 이제는 회복하자는 마음이 강서구민을 움직이고 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