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산업 분야로 평가받지만 국내 입지는 아직 두텁지 못하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로봇시장 규모는 30억달러로 글로벌 시장(243억달러) 대비 12% 정도에 불과했다.
한국 로봇 산업이 취약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빈약한 부품 경쟁력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주요 부품 조달을 대부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보니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거나 차별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구동기, 감속기, 센서 등 필수 부품 내재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술 자립이 불가능해 근본적인 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로봇 부품 국산화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부품 내재화율이 낮으면 무역 장벽이나 수출 규제 등 돌발 이슈에 대응하기 어렵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로봇 부품 국산화율은 50% 수준이다. 그러나 로봇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구동부의 국산화율은 이보다 더 낮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로봇 산업 조달 경쟁력은 10점 만점에서 6.7점으로 일본(9.8점), 독일(9.4점), 미국(8.6점), 중국(7.5점)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부품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힘쓰고 있으나 쉽지는 않다. 일본 기업들은 가격 정책을 앞세워 견제에 나서고 있다. 한 부품사 대표는 국내 업체가 로봇 부품 국산화에 성공하면 일본 기업들은 공급가를 인하해 납품 확대를 시도한다고 전했다. 실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이 낮아져 이익이 높아진다면 일본 부품이라고 쓰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로봇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선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부품 사업은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다는 점에서 정부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국내 부품사 중에는 영세한 기업도 많아 이들에게만 책임을 맡기면 부담이 가중된다.
기업이 개발한 로봇 부품의 신뢰성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마련,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해외 인증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등이 업계 바람이다. 로봇산업진흥원이 국산 로봇 부품 상용화 지원을 위해 2020년부터 시행 중인 로봇부품 실증사업 규모도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
로봇은 차세대 산업을 주도할 미래 먹거리다. 디지털 전환 흐름과 인구 감소, 초고령화 사회 도래 등으로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부품 국산화율을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통해 로봇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