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난 러 죄수 용병, 전쟁터 돌아와 또 살인·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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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범죄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이후 사면돼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지난달 1일(현지시간) 사면된 범죄자 용병 2인조가 살해 후 방화를 저질러 새카맣게 탄 집의 모습. 사진=스카이뉴스 캡처

러시아의 흉악범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차출된 후 사회로 돌아와 살인, 방화 등 중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범죄자 용병의 사면을 발표했을 당시 우려하던 일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북서부 카렐리야에 있는 데레브얀노 마을에 거주하는 이리나 자모이디나씨는 지난달 1일 하룻밤만에 오빠와 아버지를 모두 잃었다.

두 사람을 죽인 범인은 참전 후 사면된 지 얼마 안 된 두명의 남성이었다. 그들은 당시 자모이디나씨의 오빠인 아르티옴 테레셴코씨의 집에 침입했고, 테레셴코씨와 아버지를 모두 흉기로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질렀다. 자모이디나씨의 조카(아르티엠 테레셴코의 자녀) 두 명은 창문을 통해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범인들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그대로 200여m 떨어진 다른 집까지 이동한 후, 세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그곳에서 또다시 방화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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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으로 사면된 후 또다시 살인 및 방화를 저지른 범죄자. 사진=엑스 갈무리

일당 중 한 명인 막심 보치카레브는 이 마을에서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던 범죄자였다. 절도, 차량납치, 성폭행, 강간 등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교도소에 들어간 그는 이곳에서 범죄파트너 이고르 소포노프를 만나게 됐다.

두 사람은 복역 중 고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끌던 바그너그룹 산하 용병단에 들어갔다. 전사자 비율이 높아 미국이 '고기분쇄기'라고 일컫던 부대다. 복무 후 사면된 두 사람은 고향 마을에서 또다시 흉악 범죄를 저질렀다.

자모이디나씨는 “중대한 범죄로 교도소에 들어간 범죄자들은 전쟁에 참전했더라도 사면되어서는 안 된다”며 “나 같은 경우가 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사면된 범죄자들이 늘어나면서 러시아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6월 프리고진에 따르면, 범죄자 용병 3만 2000명이 사면돼 사회로 돌아갔다. 이들의 범죄 기록은 깨끗이 지워진 상태다.

남부 크라스노다르에서는 바그너 출신 범죄자 용병이 퇴근길 두 사람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수도인 모스크바 인근 도시에서는 범죄자 용병이 술에 취해 노인을 살해하는 일도 벌어졌다.

또한 3년 전, 시베리아에서 가정폭력으로 여자친구를 끔찍하게 살해한 범인 블라디슬라프 카니우스는 17년형을 받았다가 복무로 사면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러시아 변호사는 도이체벨레(DW)에 “주로 10년 이상 복역 중인 중범죄자들이 전쟁에 참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DW는 범죄자들이 살인자에서 영웅으로 변모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9년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8년형을 선고받았던 범죄자 A는 전쟁에서 사망한 이후 지역 신문에 '영웅'으로 묘사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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