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전 세계 디지털 규범을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뉴욕대에서 개최된 '디지털 비전 포럼'에 참석해 새로운 디지털 규범 질서의 기본방향인 '디지털 권리장전' 발표 계획을 알리고 디지털 공동 번영사회 구현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발표한 뉴욕구상 1주년을 맞아 진행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디지털 시대의 모범 국가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그 성과를 세계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 결과물인 '디지털 권리장전'은 △자유와 권리의 보장 △디지털 혁신의 촉진 △공정과 포용의 실현 △안전과 신뢰의 확보 △국제 연대와 협력 등 5개 기본원칙 아래 막바지 문구를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대한민국은 우리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여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디지털 격차는 곧 경제의 격차를 의미한다며 “디지털 격차의 해소는 글로벌 사우스 문제(주요 선진국은 북반구, 개발도상국 등은 남반구에 위치)의 해결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디지털 보급과 활용이 미흡한 나라들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여 이들 국민이 교육, 보건, 금융 서비스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디지털 질서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구현하기 위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조만간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유엔 내 국제기구 설립을 지원하고 인공지능(AI) 거버넌스 구축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AI 글로벌 포럼' 개최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유엔이 추진 중인 'AI 고위급 자문기구'와 긴밀히 협력하여 전 세계 전문가들 간의 소통과 협업의 네트워크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세인트키츠네비스, 에콰도르, 파라과이, 시에라리온, 북마케도니아, 네팔, 기니비시우, 슬로베니아 등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의 당위성을 적극 강조했다. 또 첨단산업을 비롯한 경제 협력을 심화했다. 윤 대통령은 귀국 전까지 약 40여개 국가와 양자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계기에 개최되는 다수의 양자 정상회담을 우리 국민과 기업이 뛸 수 있는 운동장, 즉 시장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국민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나서는 한편, 정상 간의 비즈니스 외교로 '신시장 확대'와 '교역과 공급망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최 수석은 “몰리브덴과 흑연이 풍부한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하여, 카자흐스탄, 가나, 에콰도르, 모리타니아, 스리랑카 등 핵심광물 보유국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우리 첨단산업의 공급망을 더욱 촘촘하게 다지고 있다. 우리의 교역 구조를 보다 안정화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