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기업이 미국에 '마더팩토리'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정부 투자 유치와 현지 연구개발(R&D) 인력 수급에서 용이해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에서 앞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이차전지 산업은 중국에 이은 2위라면서 한미 협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7월 기준 중국 CATL과 BYD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2.6%로 국내 배터리 3사 합계(23.5%)보다 높다.
박 교수는 “배터리 산업에서 한미 협력을 확대하려면 국내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 단순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게 아니라 차세대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까지 할 수 있는 마더팩토리를 현지에 구축해야 한다”며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배터리 첨단 기술이 뒤떨어져 있는 만큼 미국이 AMPC 이외 인센티브를 제공해 협력 기조를 이어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인력만으로는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기 어렵다. 미국에 마더팩토리를 짓게 되면 현지 R&D 인력을 수급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 기업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더팩토리란 차세대 설계 및 공정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시험 생산하고, 양산성 검증까지 할 수 있는 공장을 뜻한다. 샘플 생산 중심인 기존 파일럿 라인과 달리 마더팩토리는 양산급 생산능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마더팩토리는 기술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본사 R&D와 밀접한 곳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오창에 마더 팩토리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이런 이유에서다. 박철완 교수는 미국 인력을 활용하고 R&D를 강화하기 위해 마더팩토리를 미국에 두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외 투자 확대는 국내 투자 위축을 불러오는 등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이 상존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내에서도 배터리업계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투자 확대 차원에서 이익이 나지 않아도 세액공제분만큼 현금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필요성이 거론된다.
박정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한국판 IRA라 할 수 있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에 발의됐다”며 “배터리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갖출 수 있게 돼 한국도 마더팩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세액공제 확대, 인프라 직간접 지원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