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을 통한 탈중앙화와 데이터 암호화에 기반한 웹 생태계 '웹3.0(Web 3.0)'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전세계가 웹3.0에 열광하는 이유는 참여자가 수익을 공유하고, 개인 창작물 및 데이터가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차세대 디지털 자산의 핵심이기때문이다.
구글이 올해 말부터 블록체인 콘텐츠를 허용하고, 국내 플랫폼들이 앞다퉈 이용자 눈높이에 맞춘 웹3.0 기반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웹3.0이 대중화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은 물론, 지자체들 역시 웹3.0 열차에 속속 올라타고 있다. 웹3.0 기반 정책 발굴 및 서비스 개발, 기존 산업과의 접목을 통한 경제살리기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지난해 메타버스 수도 경북을 선포한 경상북도의 행보가 특히 눈에 뛴다.
디지털 전환으로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굴하고, 콘텐츠를 개발해온 경상북도가 웹3.0의 글로벌 성공사례를 정책에 이식하고, 앞선 디지털 기술분야 국제 협력체제 구축에 나선 것이다.
경상북도는 5일 하루동안 고려대 서울캠퍼스 미디어관 시네마트랩에서 '국제 웹3.0 컨퍼런스(100x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100x'는 디지털 기술 융합이 기존 산업 대비 100배 이상 규모의 새로운 산업시장을 개척한다는 뜻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 차원에서 차세대 인터넷 웹3.0 분야 글로벌 컨퍼런스를 기획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고려대 스마트미디어 서비스연구센터(SSRC)와 경북테크노파크, 전자신문이 공동주관했다. 디지털 미디어 분야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대학과 지역산업 대표 지원기관 그리고 정보통신기술(ICT) 국내 대표 언론사가 손을 잡고 마련한 행사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미래 디지털 콘텐츠 창작을 변화시킬 기하급수 기술'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기조강연을 통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디지털이고,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선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면서 “지방도 이젠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무장해 혁신적 정책을 주도적으로 펼쳐야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패권 경쟁시대에 디지털 전환이 특히 지방에서 더더욱 필요한 키워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그동안 국내에서 열렸던 웹3.0 관련 행사와 달리 미국의 '디즈니'와 'HBO' 핵심 관계자, '스타워즈' , '바비' 등 유명 영화 특수영상제작자 등 해외 디지털 융합분야 레전드로 불리는 인사들이 대거 참가했다.
디지털 융합분야 해외 연사가 대거 참가한 배경에는 벤처캐피탈(VC) 메타리얼벤처캐피탈(대표 김형민)의 역할이 컸다. 메타리얼벤처캐피탈은 2020년에 설립된 국내유일 크립토와 블록체인 투자 전문 VC로, 진입장벽이 뚜렷한 웹3.0 분야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외 활발한 투자를 이끌고 있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에 참가해 주제발표한 메타경북 웹3.0 및 NFT 자문관 롤프 회퍼 Cultur3 창립자는 메타리얼벤처캐피탈 설립을 주도했고, 현재 사외이사로 글로벌 딜소싱과 펀딩에 기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행사는 총 10개 주제발표와 토론으로 이어진 이번 행사에는 산학연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첫번째 주제발표는 할리우드 영화의 특수 영상제작분야 살아있는 전설 필립 갤러 럭스마키나(Lux Machina)컨설팅 대표가 '리얼타임 기술과 AI간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발표했다. 필립 갤러 대표는 '탑건 매브릭'과 '스타워즈' 등 다수의 헐리우드 영화 특수 영상제작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주제발표에서 “리얼타임 기술과 세계 미디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민국 콘텐츠가 만난다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가상 영상 제작 기술에 대한 통찰력을 널리 공유해 차세대 영화 제작 기술의 표본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스카 과학기술상 위원회 의장인 바바라 포트 그랜트 NEP 프리즘 스테이지 대표는 'AI 발전이 미래 영화 스토리텔링을 재편하는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바바라 포트 그랜트는 30년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산업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HBO와 디즈니에서 임원을 지내기도 했고, '왕좌의 게임'과 '슈렉' 제작에 참여하며, 컴퓨터그랙픽이미지(CGI)와 시각특수효과(VFX), IT분야 탁월한 기술역량을 발휘했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AI를 활용해 빠르고 완성도 높은 디지털 콘텐츠를 어떻게 제작하는지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날 오전 마지막 발제에 나선 하인성 경북테크노파크 원장은 '경북 디지털 대전환'이란 주제를 통해 “경북이 당면한 지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기존 산업·정책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웹3.0분야 국내 대표 기업 CEO들의 발제도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 가장 정밀한 VPS(GPS를 보완한 차세대 측위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확장현실(XR) 전문기업 최성광 브이알크루 대표는 '공간의 인터넷과 시맨틱 웹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 대표는 웹3.0 공간성에 주목하며, 웹3.0이 메타버스, 5G, AI와 연결될때 우리가 사는 현실이 곧 시멘틱 웹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브이알크루는 경북도와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서라벌 천년 시간여행'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재선 카이스트 교수와 김민현 커먼컴퓨터 CEO는 이날 'AI 발전이 내일의 시네마틱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에 대한 강연을 펼쳤다. 한 교수는 클립 월렛(Klip Wallet)과 클레이튼 코인 공동 창시자이며, 김민현 CEO는 구글 프로그래머로도 활동했던 블록체인 분야 전문가다.
그 외 카를로스 무뇨즈 페란디스 휴깅페이스 AI법률자문(알리니아 공동창립자), 조슈아탄 블록체인 규율감독원 메타거브(Metagov) 이사, 더글러스 렁 에픽 승인 강사, 하즈둘룰 하지메이션(HaZimation) 창립자 등이 나서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방법과 규제, 성장가능성, 전략적 대안 등을 소개했다.
강연자 가운데 무뇨즈 페란디스는 알리니아 창업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AI규제 샌드박스 외부고문가로 활동했고, 현재는 OECD AI전문가위원회 위원이다. AI 라이센싱과 규제 실험의 선구자이며, 오픈 소스 표준법률과 AI를 연계한 기술법률분야 최고 권위자다.
또 조슈아탄 메타거브 이사는 블록체인 거버넌스와 정책분야에서 선도적 인물이다. 블록체인과 공공정책 및 정치 철학의 교차점을 연구하며 탈중앙화된 기술이 직면한 규율적 쟁점에 대해 통찰력을 지닌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에픽 게임즈 언리얼 승인교육센터 이사인 더글러스 렁은 25년 경력의 CGI/VFX 전문가다. 현재 스튜디오를 설립, 관련 분야 미래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하즈둘룰 하지메이션 창립자 역시 VFX분야 전문가다. 데뷔작 '더비욘드(THE BEYOND)'는 아이튠즈에서 2위를 기록했고, 넥플릭스 라이센서도 확보했다. 디즈니 티비의 시트콤 '패스트 레인(Fast Layne)' 드라마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마지막 주제발표는 메타경북 웹3.0 및 NFT 명예 자문관이자 블록체인 벤처캐피털(VC) Cultur3 창립자인 롤프 회퍼 대표가 맡았다. 롤프 회퍼는 베스트셀러 'NFT 레볼루션' 공동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인공지능, 웹3.0, 그리고 리얼타임 기술이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토론은 스콧 맥러플린 누모모 공동설립자 사회로 오니 우데 파이프라인 앱 창시자, 이제이 하센프라츠 스쿨 옵 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윈부시 모션 그리픽 아티스트가 참석해 '생성형 AI 도구가 창의적 작업 흐름을 강화하는 방법'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벌였다.
경북도는 이번 컨퍼런스가 끌어당길 두가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웹3.0 시대를 대비해 경북의 디지털 정책과 기술력,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는 효과다. 아울러 경북지역이 넥플릭스와 디즈니 영화,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중심지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계가기 됐다는 점이다.
도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제시된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지역 디지털 대전환 방향에 접목, 지역산업발전과 지역사회혁신 계기로 삼기로 했다. 특히 지역과 글로벌 기업 간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경북을 대한민국 디지털 혁명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