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간첩, 관광객으로 위장하고 美 군사기지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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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관광객으로 위장한 중국인이 미국 군사기지 등 보안에 민감한 시설에 접근한 사례가 빈발하고 있어 잠재적인 스파이 위협이 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실수 혹은 고의로 미군 기지 등에 들어가려는 시도, 이른바 중국의 '불청객'(Gate-crasher)이 최근 몇 년 간 100여 차례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미국 국방부와 연방수사국(FBI)은 불청객들을 방지하기 위해 회의를 열기도 했다.

중국인들이 뉴멕시코주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에 갔다가 관광지를 이탈해 인접한 미사일 기지에 진입하거나, 미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가 있는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인근 해역에서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메고 헤엄쳐 오는 사례가 있었다고 당국은 전했다.

최근에는 한 무리의 중국인 관광객이 알래스카주 포트 웨인라이트 자신들이 예약한 호텔이 있다며 보안요원을 밀치고 들어가려고 했다가 저지당했다. 이곳은 제11 공수사단 주둔지다.

당국은 이 같은 시도가 군사기지나 연방시설의 보안 상태를 시험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적발된 중국인들은 민간 공항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 외딴곳에서 의심스럽게 행동하면서, 진입을 저지당하면 미리 짜여진 대본을 읽듯 자신들이 관광객이며 길을 잃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석 연구원인 에밀리 하딩은 “이처럼 중국의 가벼운 정보 수집 문제는 보안업계에 잘 알려진 문제”라면서 “중국인들의 강점은 대량으로 이 같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 중 몇 명이 잡히더라도 미국 정부는 무단 침입죄 외에 다른 문제를 지적하기 어려울 것이고, 잡히지 않은 사람들은 유용한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WSJ은 예외적으로 사안이 심각한 경우 징역 등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2020년에는 중국인 3명이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의 해군 항공대에 불법으로 진입해 펜스선을 돌아 해변에서 사진을 찍었다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며, 2019년에는 한 중국인 여성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라라고 사유지에 침입했다고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여성은 여권 2개, 휴대전화 4대, 다른 전자제품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리우 펑위 대사관은 이에 대해 자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악의에 찬 날조”라면서 “미국 관계 당국에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근거 없는 비난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반박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