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 투자 가로막는 규제 불확실성 줄여야

정부는 기업인들의 투자를 가로막는 결정적인 규제인 '킬러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라고 해서 무조건 개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동일한 규제라도 어떤 기업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고 반면 다른 기업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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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장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기업의 책무성을 강조하는 규제도 존재한다. 단지 기업에게 부담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완화·폐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규제개선 대상은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모든 규제가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불합리한 규제'라야 한다.

불합리한 규제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직적 규제, 시장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규제 등이다. 예컨대 온라인 서비스가 일상화된 현재 상행위를 하려면 반드시 사무실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나 산업융합이 보편적인 지금 산업간 칸막이를 통해 구분하는 업역규제 등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규제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의 생명·안전이나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는 기업에 부담이 되더라도 유지할 수밖에 없는 필수적인 규제로 분류된다. 다만 규제의 목적에 동의한다고 해서 모든 규제방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화학사고를 예방·경감하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규제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 중에서 규제목적을 효과적·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규제를 설계하는 것은 항상 중요한 문제다.

반면 화관법·화평법 등 규제법령은 내용이 너무 복잡하고, 자주 변화하다보니 기업조차 해당 규제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결국 규제개선은 국민의 생명·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제일지라도 현재의 규제내용이 최선의 대안이었는지를 꼼꼼히 살피고 더 좋은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규제를 선별하고 개선하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개별 규제사무를 개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규제 강도보다 규제 안정성에 있다고 한다.

규제가 복잡하고 강하더라도 기업은 사업 기회가 있으면 투자를 하게 되는데, 규제가 자주 바뀌면 사업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를 꺼리게 된다. 특히 시장에 확보되지 않은 신규사업에 대한 불확실한 규제는 궁극적으로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디지털 플랫폼 시장이 확대되면서 관련 규제 도입 논의가 뜨겁다. 하지만 유사한 규제를 도입한 유럽연합(EU) 등과 비교했을 때 규제의 강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사전규제 수단을 주로 활용하고 있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막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단계에서 섣부른 규제의 도입은 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규제법안 마련시 과학적·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핀테크 산업의 성장과정에서 규제법령의 도입 대신 다양한 사업과 기술혁신을 시험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함으로써 규제정책의 점진적인 접근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영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은 불합리한 규제와 더불어 규제 불확실성이며,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규제정책이 자주 바뀌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장 sywon@kipa.re.kr

한국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장 원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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