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5G 망 투자…통신장비사 “오픈랜 신규 수요 발굴”

국내 5G시장 성숙기 진입하고
고주파수 대역 투자 철수 영향
상반기 통신장비사 실적 부진
소형기지국 장비 스몰셀 공급↑
차세대 네트워크 오픈랜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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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기지국 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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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장비 업계가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 감소로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국내 5G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커버리지 확대를 위한 망 투자 수요가 위축됐다. 각사는 소형기지국 장비인 스몰셀 공급을 늘리고 오픈랜 등 새로운 수요처 발굴로 돌파구를 모색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에치에프알·RFHIC·삼지전자·이루온·에프알텍 등 주요 통신장비사는 올 상반기 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를 기록했다.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에치에프알은 올 상반기 영업손실 7억30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713억원에 그쳤다. 해외 장비 재고 누적으로 수출 물량이 감소했다.

RFHIC도 37억6000만원 영업손실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폭이 2배 이상 늘었다. 5G 통신장비에 사용되는 질화갈륨 트랜지스터(GaN TR)를 생산하는 회사로 5G 투자 위축 영향을 받았다. 삼지전자는 영업이익이 40.3% 감소한 273억원이다. 코어망 장비 공급사 이루온은 작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했고, 에프알텍 역시 10억원 규모 손실을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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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통신장비업체 영업이익 추이

통신장비사 실적 부진은 이통사 5G 망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다. 농어촌 공동망을 포함한 국내 5G 커버리지는 90%를 웃돈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고주파수 대역 투자 철수에 따라 수주도 쉽지 않다. 실제 이통사 상반기 설비투자비용(CAPEX)은 주파수 추가할당 의무 투자 조건을 채워야 했던 LG유플러스를 제외하면 SKT는 4.3% 줄어든 1조380억원, KT는 19.3% 감소한 1조3840억원에 그쳤다.

보수적 5G 투자 기조에 따른 기지국 설비투자 감소가 지속되면서 통신장비사는 스몰셀과 오픈랜, 특화망 영역에서 반등 기회를 노린다. 스몰셀은 대형 기지국 설치가 용이하지 않거나 전파환경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서 커버리지 확보와 데이터 트래픽 분산 처리 역할을 한다. 주파수 추가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통신품질 향상을 위한 핵심 설비다. 실제 스몰셀 매출을 245% 늘린 이노와이어리스의 경우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오픈랜도 장기적으로 중소 장비업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오픈랜은 서로 다른 제조사 기지국 장비를 상호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이다. 특정 장비 제조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 중소 사업자 입장에선 새로운 수요 확보를 노릴 수 있다. 최근 국내 오픈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민관협의체(ORIA)도 출범했다. 에치에프알, 이노와이어리스, 에프알텍 등 중소·중견 통신장비사는 협의체 일원으로 참여해 기술 실증에 나선다.

정부도 중소업체 오픈랜 장비 도입과 해외 판로 개척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신규 이통사 진입시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오픈랜 장비 활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