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창조는 있고, 혁신은 없다

창조경제와 혁신성장. 지난 10년 이상 우리 산업을 관통하는 핵심 캐치프레이즈다. 성적표는 어떨까.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타다가 좌초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법에 막혔다. 결과는 어떤가. 사실상 카카오택시 독과점으로 귀결됐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의 경우 미국은 655개다. 우리나라는 14개에 불과하다. 혁신을 가로막는 이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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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통신미디어부 부국장

윤석열 정부도 규제개혁을 외친다. 하지만 체감지수는 낮다. 법률 플랫폼을 표방했던 로톡은 거대한 법조계 힘에 밀린다. 해외에서 유니콘 기업을 속속 배출하는 비대면진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유사한 국내 스타트업은 하나 둘 회사 간판을 내린다.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개혁을 외쳐봐야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하다. 정작 혁신 산업에 도움이 되는 킬러규제 혁파는 없다. 젊은 청년들이 즐겁게 시장을 만들어 가지만 결과는 항상 비극으로 끝난다. 전통 기득권 세력은 스타트업이 고개를 내밀 수 없게 한다. 아예 싹을 짜른다. 고개를 들면 망치로 때리는 '두더지 게임'이다. '창조는 있으나, 혁신은 없다.' 현 대한민국 산업이 처한 현실이다. 아니 우리 사회가 혁신을 할 수 없도록 구조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거대한 기득권 장벽에 막혀 있다. 지금처럼 제로섬 게임에서는 해법이 없다. 전통과 혁신 두 가치는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다. 힘의 역학만이 작용할 뿐이다. 'Non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국회와 정부의 몫이다. 정치의 존재 이유는 조정과 중재다.

영국 독일 프랑스. 유럽을 대표하는 강대국이다. 군사강국이자 각 나라별로 대표 산업이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게도 없는 게 있다. 자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스마트폰이다. 대부분 유럽인들은 구글을 이용한다. 애플 아이폰으로 통화하고 페이스북으로 소통한다. 핸디캡이 아닐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 미국 IT기업에 대한 견제는 최고수준이다. 개인정보 수집과 국외유출과 관련 가차없이 제재를 가한다. 일명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애플 구글 넷플릭스 등 다국적 기업에 대해선 관대해 보인다. 반면 '네이버 카카오 길들이기'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어진다. 정세가 불리해지면 '문제는 네이버'로 결론난다. 해외 출장을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자국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포털과 플랫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네이버는 우리의 소중한 산업자산이다.

행정부와 국회는 틈나면 네이버, 카카오 손묶기를 시도한다. 문제는 이 같은 시도가 현실적으로 한국 기업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비대칭 규제다. 코드2.0 저자인 미국 로렌스 레식 교수 지적대로 해외 기업에 대해선 실효적이지 않다. 한국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한다. 결과는 수치로 나타난다. 미국 기업은 점점 우리 디지털 영토를 잠식하고 있다. 구글 자회사 유튜브 사용시간은 카카오톡 턱밑까지 쫓아왔다. 유튜브뮤직 역시 음원 1위기업 멜론을 넘어설 기세다.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시기에 휴맥스, 아이리버 등 스타기업이 탄생했다. 인터넷 세상이 열리면서 네이버가 등장했고, 모바일 세상에서 카카오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대상이 된다.


김원석 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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