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기술탈취 근절”...처벌 강화 입법 나서는 여야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의 기술 탈취를 보호하기 위한 정치권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과정에서 영업비밀 침해가 발생하면 고의나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영업비밀을 침해한 법인에게는 벌금형을 세 배로 상향하도록 했다.

민 의원은 “손해배상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져야 하는 것이 맹점”이라며 “현행법은 대기업과 거래 과정에서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중소기업 등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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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재단법인 경청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아이디어 및 기술탈취 구제를 위한 피해 중소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재단법인 경청)

앞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도 중소기업·스타트업의 기술자료와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유용한 경우 손해배상 범위를 기존 피해액의 최대 3배에서 5배로 높인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을 6월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달 민당정이 발표한 스타트업 기술탈취 예방·회복 지원 방안 후속 조치다.

여야가 기술탈취 처벌 강화 입법에 나서고 있는 것은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투자·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기술 침해 행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 기술탈취의 약 57.9%가 거래 관계에서 발생하지만 대기업 대비 기술 보호 역량 지수는 56.7%에 불과하다.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대기업의 유용행위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행위 대응을 위한 입법도 이어졌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과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등 법률 두 건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손실을 초래한 경우에만 법원이 상대방에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술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손실을 초래한 대기업을 대상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법적 근거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법원이 '침해의 증명'을 위해서도 소송 상대방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제출명령에 따라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에 비밀엄수 의무가 제외될 수 있도록 단서 규정을 신설했다.

김종민 의원은 “여전히 중소기업의 소송 패소율이 높은 상황에서 기술탈취 행위를 명백히 입증하고 중소기업이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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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8일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열린 '대기업·스타트업 상생 및 동반성장 기금 출연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왼쪽부터) 이 장관, 이훈기 롯데헬스케어 대표, 김영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 한무경 국회의원. 연합뉴스.

중기부는 기술침해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해 행정조사를 적극 실시하되 조정과 합의를 적극 유도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올 초 맞춤형 영양관리 디스펜서 관련 기술도용 논란을 겪다가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과 중기부 중재로 상생합의에 다다른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가 대표적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소모적 대립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생합의 프로세스를 구축했다”면서 “기술 침해 접수 건에 대해 조정 절차를 우선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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