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조사 분쟁 소요 인력·비용·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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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이용구 기계공학부 교수팀이 인공지능(AI)으로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해 교통사고 과실 비율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오늘날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나 AI와 법률을 접목한 '리걸테크(Legal Tech)' 분야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상황에 대한 공간적, 시간적 인지 능력에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교통사고 과실 비율 평가에 AI를 활용한 사례가 거의 없다.
교통사고 과실 비율 평가와 관련된 분쟁은 매년 10만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변호사 5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건당 약 75일에 걸쳐 심의하는 등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용구 교수팀은 블랙박스에 찍힌 사고 영상 1200건을 분석해 AI 네트워크에 학습시키고 교통사고 과실을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블랙박스 영상은 사고 상황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에 주관적 관점이 없는 AI가 사고 과실을 평가하면 가장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사고 영상을 분석하려면 차도, 차선과 같은 '공간 정보'와 사고 차량의 움직임과 같은 '시간 정보'를 동시에 분석해야 하는데 동시 분석이 가능한 3차원(3D) 합성신경망(CNN) 기술을 활용했다.
기존 AI 영상 분석 기술은 주로 달리기나 수영과 같은 반복적인 움직임을 분류하는 방식이었으나 연구팀은 시간에 따라 차선 변경과 추돌 같은 다양한 움직임을 조합해 최종 교통사고 과실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사고 관련 정보를 시간에 따라 누적한 뒤 이 정보를 분석해 최종 사고 과실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성과를 활용하면 보험업계에서는 기초적인 역학조사에 투입되는 전문가 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변호사의 분쟁 심의를 지원할 수 있다. 분쟁 심의에 소요되는 기간도 획기적으로 단축 가능하다. 소비자 역시 사고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분쟁 제기를 하지 않아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연구팀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을 통한 범죄 예방 및 분석, 자율주행 안전 예방 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용구 교수는 “AI 인식을 넘어 법률적 판단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며, 인간은 AI 공정성과 투명성을 유지하지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성과는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사고 심의를 자동화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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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가 주도하고 이성재 박사과정생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연구성과는 저명 국제학술지인 '전산설계 및 공학저널(JCDE)'에 게재됐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