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절주절](5)소주 라벨에 담긴 속 이야기

Photo Image
원소주 클래식

와인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와인에 대해 공부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와인 공부의 시작이자 최종 단계가 바로 '라벨'이다. 라벨을 이해하려면 와인 산지나 포도 품종, 연도별 지역 작황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사전에 갖춰야한다. 때문에 라벨만 보고 숨은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와인만큼은 아니지만 소주 라벨에도 다양한 의미와 정보를 담고있다. 작년 품귀현상을 빚은 '원소주' 라벨에는 태극기의 건곤감리와 동전이 숨어있다. 또 4괘를 배치하듯 '태극, 원화, 숫자 1, 월드와이드' 문양을 각 모서리에 넣었는데 이는 제품명인 '원'과 동음인 화폐단위인 '원', 숫자 '1'을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다.

롯데칠성음료가 작년 출시한 '새로소주'에도 숨은 의미가 있다. 새로소주 라벨에는 영문 제품명과 '257'이란 숫자가 작게 표기되어 있다. 257은 새로소주 대표 캐릭터인 구미호 새로구미가 살고 있는 동굴 주소다. 새로구미가 인간의 간을 탐하던 과거를 속죄하기 위해 강릉 동대굴(강릉시 옥계면 산계시 산 257)에서 새로소주를 빚는다는 설정이다.

특히 전면에 배치한 라벨은 브랜드 정체성과 역사를 한 번에 보여준다. 내년 창립 100주년을 앞둔 하이트진로의 대표 소주인 '진로'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두꺼비다. 그러나 최초 진로의 캐릭터는 두꺼비가 아닌 원숭이였다. 1954년 서울로 회사가 이전해 전국 영업을 시작하면서 진로의 대표 상표는 두꺼비로 바뀌었다. 진로 창업지인 서북 지방에선 원숭이가 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지만, 일부지방에서는 탐욕스러운 부정적 인식도 갖고 있어서다.

유명인이 라벨 서체를 디자인해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일품진로'는 유명 캘리그래퍼 이상현의 디자인을 적용하며 브랜드 리뉴얼을 꾀했다. 소주 '처음처럼'의 서체는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신 교수의 시 제목인 '처음처럼'과 동일하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