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는 류정호 신소재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기존 '에너지 하베스팅'의 효율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무전원 발광 복합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바람, 파도, 온도 변화, 사람의 움직임 등 일상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전기에너지로 바꿔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전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이다.
연구팀은 전자기파 일종인 자기장에너지에 주목했다. 자기장에너지는 전류가 흐르는 선로 주변에 불가피하게 존재하며,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력선로 주변에 존재하는 자기장을 전기로 바꿔 전자기기의 전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류회로나 배터리와 같은 장치가 필요하고,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전력선로 주변에 떠돌아다니는 자기장에너지를 전기적 변환 없이 바로 빛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복합소재와 이를 활용한 무전원 발광 소자를 개발했다. 현재 관련 소재 제작 방법과 소자구조에 관한 특허 기술을 출원해 등록 심사 중이다.
특히 전력선로 주변 자기장은 전류의 흐름에 따라 항상 일정한 주파수의 교류 자기장을 발생시킨다는 점에 착안했다. 교류 자기장에 따라 진동하는 구조체와 압력 변화에 따라 빛을 발생시키는 형광체 세라믹을 고분자 소재와 복합화해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빛을 내는 '자기-발광 소재(Magneto-luminescence)'를 개발했다
미세한 진동에도 형광체 세라믹에 큰 압력이 가해질 수 있도록 종이접기 놀이에서 착안한 '키리가미(Kirigami)' 구조를 도입, 작은 자기장 환경에서도 빛이 발생할 수 있는 무전원 발광 소자를 설계했다. 미세한 자기장 변화가 기계적 진동을 일으키고 빛을 발생 시키는 원리를 적용, 선로 주변 자기장을 활용해 빛을 발광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향후 변전소, 송전시스템, 배전시스템 등의 안전진단 소자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작은 자기장 환경에서도 빛의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류정호 교수는 “별도 변환 장치를 거치지 않고 일상에서 노출되는 자기장 노이즈를 빛의 형태로 변환 시켜주는 소자를 개발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현재는 실험실 환경에서 전력선로 주변의 자기장으로 빛을 낼 수 있는 수준이지만, 기술을 심화 발전시키면 고압송전선로에서 무인드론이나 항공기와 같은 비행체의 충돌경고등으로 활용하거나 공장이나 사무실 등에서 전기가 흐르고 있는지를 판별하는 데도 간단히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을 통해 수행된 이번 연구에는 영남대 신소재공학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송현철 박사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 논문은 영남대 대학원 신소재공학과 리스탸완(Listyawan, 석사) 연구원이 제1저자, 류정호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최근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