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76〉서브스크립션 페노메나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구독이라 번역한다. 단어는 그 자체로 의미를 담고 있는 데, 말 그대로 '아래에'와 '서명하다'는 뜻이다. 즉, 문서에 서명하거나 계약에 동의한다는 의미다.

이것의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다. 누군가는 1638년 무렵 화재보험이라 하고, 다른 이는 17세기 말 대발견과 과학혁명 시기에 이루어진 공개강좌, 심지어 영국 더 타임즈 지를 첫 사례로 든다. 어떤 것이 정답이든 인류 역사에서 꽤나 새로운 발명품인 셈이다.

혁신을 뭐라 하든 분명한 건 현상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이다. 상식에 대한 적극적 의문과 의도된 반항이기도 하다. 물론 많은 경우 넘어서지 못할 한계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얼마뒤 다른 반항아가 다시 다가서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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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2012년 4월, 어도비(Adobe)는 핵심제품이던 크리에이티브 스위트(Creative Suite)를 구독버전으로 내놓는다. 소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란 방식이었다. 어도비가 제품 기반 비즈니스모델에서 서비스 기반 비즈니스모델로 전환하는 것에 업계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음해 어도비 순이익이 거의 35%나 떨어진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즈음 어도비 주가는 4년 전에 비해 거의 3배 높아졌다. 재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시장이 성장하자,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조차 이것의 매력에 빠졌다. 많은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에 남은 질문은 '사스(SaaS)'라 불리는 구독모델로 얼마나 급진적으로 적응할 것인가 뿐일 걸로 보였다.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은 영원히 번영하리라 믿음을 주는 듯 보였다. 구독 비즈니스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300% 이상 성장했고, 매출은 S&P500 기업 평균보다 5배 빨리 늘었다.

구독 비즈니스는 코로나19 시대 총아였다. 펠로톤(Peloton)이란 기업은 구독 피트니스 서비스란 제안으로 팬데믹이 절정이던 무렵 멀티빌리언 달러 기업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2021년이 되자 구독비즈니스 업계 전체가 정점을 찍고, 2022년 말 즈음이 되면 그늘이 확연해진다.

직면한 문제는 명확했다. 높은 수익은 많은 경쟁자를 불러들였고, 가격은 넓은 고객층을 만드는 데 너무 높았다. 소비자들은 구독모델에 지쳐갔고, 다른 대안이 그리 없는 것도 아니었다. 실상 고객은 갈수록 더 참신한 만족감을 원했고, 시간과 투자만큼 성과를 원했다.

그 사이 기업은 더 많은 걸 깨우치기도 했다. 단지 구독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비즈니스는 지속가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독 모델의 핵심은 구독 계약이 반복되는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작 반복되는 성과란 것이 핵심이었고, 이건 그 사이 기업이 다뤄본 적 없는 것이었다.

대부분 기억 못하지만 1997년 스티브 잡스의 광고 '씽크 디퍼런드(Think Different)'의 “누군가 그들을 미쳤다고 하겠지만”이란 대사와 함께 잠시 무용하는 듯 모습의 누군가 등장한다.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 현대 무용이기도 한 그녀가 남긴 말 중에 “내게 유일한 죄악은 평범해 지는 것이다(To me, the only sin is mediocrity)”가 있다.

'사스(SaaS)'가 누군가의 자리를 대신한 것처럼 언젠가 이것도 다른 반항아에게 자리를 내주겠다. 그러니 가장 나은 방법은 망치를 손에 쥔 채 자신 앞에 자기 자신의 혁신을 올려놓는 걸 테다. 아니 이것 밖에 다른 선택 없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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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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