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BOE의 기술 도용에 대해 '간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규정했다. BOE 특허 침해를 바라보는 삼성의 시각이자 강경 대응을 천명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BOE와 진행하던 신규 개발 과제를 모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27일 삼성전자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들어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당사 경쟁력의 근간인 지적 자산에 대한 도용 및 침해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며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법적 제재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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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옥

언급한 법적 제재는 BOE와의 소송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BOE를 상대로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허 침해를 들어 미국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기술은 아이폰 12 이후 사용된 모든 아이폰의 OLED 디스플레이 특허 4종이다.

삼성과 BOE 분쟁은 지난해 말부터 꿈틀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자사 특허를 침해한 패널을 사용하지 않게 해달라며 미국 부품 업체들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제소에서 BOE를 직접 겨냥하지 않았으나 BOE 패널이 특허 침해품으로 지목됐다.

BOE는 반격했다. 올해 5월 미국에 특허 무효 소송과 중국서 OLED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BOE는 중국 소송에서 삼성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까지 포함시켰다.

삼성전자는 BOE 핵심 고객사다. TV·스마트폰·태블릿 등에 BOE 패널을 대량 구매하는 '빅 바이어'다. 그럼에도 소송 대상으로 삼은 건 삼성디스플레이와의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BOE 패널(LCD)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고 보고, 약점 삼았다.

삼성은 강경 대응했다. 이번에 그 의지를 더 분명히 했다. 대외 공식 소통 창구와 다름없는 콘퍼런스콜에서 BOE의 기술 도용을 규정함으로써 핵심 자산 보호를 위해 끝까지 다투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부사장은 “특허 침해는 단순히 개별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 경쟁의 룰과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린다”며 “기술 자산 보호와 건강하고 공정한 산업 생태계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OE가 낸 소송은 이미 파장을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전략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추진하던 BOE OLED 탑재 뿐만 아니라 MX 사업부에서 추진하던 내년도 신규 개발 과제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TV에 들어가는 LCD 대체도 추진 중이다. 세계 최대 TV 메이커이자 스마트폰 생산 업체인 삼성의 구매 변화로 업계 기존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OLED에 이은 차세대 제품으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육성을 강조했다.

회사 측은 미국 마이크로 OLED 업체인 이매진 인수에 대해 “가장 큰 목적은 미래 성장 동력인 XR 기기 시장에 대한 기술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XR 기기가 대중화하면 일상에 스마트폰을 능가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매진은 초고해상도 마이크로 OLED 구현에 필요한 원천특허 및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개발팀을 구성하면서 본격적인 기술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