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A, 美 정부 기조 반대 성명
“시장 접근 막아 경쟁력 악화”
中 구매액, 세계 수요 3분의 1
엔비디아 등 우회 전략 구축
미국 정부가 대(對) 중국 반도체 규제를 확대하려는 가운데, 미국 반도체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주요 축인 만큼 과도한 제재는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다. 엔비디아와 인텔 등 미 반도체 기업이 정부 규제를 우회하는 사업 전략을 구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미·중 반도체 갈등에 국면 전환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추가 제재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SIA는 “잠재적인 대중국 수출 제한 조치가 좁고 명확하게 규정됐는지, 일관되게 적용되는지, 동맹국과 완전히 조정되는지 등에 대해 업계·전문가와 광범위하게 평가·협의할 때까지 미국 정부가 추가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SIA는 인텔·IBM· 퀄컴·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 뿐 아니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회원사로 있는 미국 반도체 산업 대표 단체다.
SIA는 미국 경제·안보를 위해 중국을 규제하려는 미국 정부 정책에 공감하지만 중국에 대한 지속적인 접근 허용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를 고려했을 때 미국 반도체 기업과는 완전 배제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구매액은 전세계 수요 3분의 1 수준인 1800억달러(약 226조7400억원) 규모다.
SIA는 오히려 미 정부의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한 대중국 규제 정책이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까지 교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최근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 행보도 SIA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 규제에 동참하면서도 중국 수출을 위한 우회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인텔은 중국용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따로 설계, 중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미 정부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려는 시도다. 중국 매출 비중을 무시할 수 없기에 선택한 대안으로 풀이된다. 인텔의 경우 매출 27%가 중국에서 발생한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SIA 성명은미국 반도체 업계가 양국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을 우려한 결과”라며 “미국 정부가 일부 제재 속도 조절에 나설 수는 있지만 자국 패권 전략과 정치적 입장이 있어 쉽게 기조를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SIA 성명 관련 “광범위한 여론 수렴, 동맹·파트너 국가, 의회, 업계 등과 광범위한 조정 등으로 규제를 올바르게 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의 중국 판매를 가로막은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최근 미국 AI 반도체를 이용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중국 고객사에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는 새로운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