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25〉고교학점제와 대입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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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2025년이면 2022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모든 고교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된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스스로 기초 소양과 기본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 누적해 졸업하는 제도다. 제도 도입 논의는 2017년부터 시작됐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큰 변화가 일어난다. 학생은 졸업 기준이 달라진다. 3년간 192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학업성취 40%, 과목출석률 3분의 2 이상 등 기준도 맞춰야 한다. 학점이 졸업기준에 모자르면, 방과후나 보충 수업으로 채워야 한다. 학교 밖 지역사회 등 공동체를 통해 학점을 이수할 수도 있다. 교사에게는 수업 구성 및 평가 체계가 1년에서 1학기로 줄어든다. 담임제도도 변화될 전망이다.

큰 변화에도 불구하고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는 가장 큰 취지는 학생에게 과목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학생은 희망하는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 선도·연구학교는 교과목 이외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 운영한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인 제주 대정고는 바리타스 수업도 개설했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이 1년 반밖에 남지 않았다.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요구가 나온다. △고교 입학전 학생에게 다양한 진로 선택 기회 부여 △충분한 고교 교원 확보 △학부모 인식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해결해야 할 근본적 과제가 있다. 현 대학입시 제도 개편이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아무리 많은 과목이 개설된다 하더라도, 수능으로 성적을 줄 세워 대학에 입학하는 현 입시제도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고 성취평가제가 어떻게 적용되든 지금의 대입 제도에서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입니다.” 서울에 위치한 한 대학 입학처장의 말이다.

고교 현장이 아무리 개선되더라도 대입제도가 그대로면, 대학은 학생 선발을 지금과 동일하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학생에게 다양한 진로 선택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와 달리, 여전히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성적 잘 받는 과목, 대학 진학을 위한 과목 위주로 수업을 듣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현재 대학도, 고교도 곧 발표될 예정인 2028 대입 개편안만 바라보고 있다. 대학은 수능을 '자격고사화'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 대학 진학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만을 부여하는 시험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과거 대학별 본고사가 있던 시절, 예비고사와 비슷하다. 수능이 자격고사화가 되면, 대학별 본고사 또는 다양한 전형들이 생겨날 전망이다.

물론 최상위권 대학을 가기 위한 맞춤형 사교육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교육은 수능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현재도 존재한다. 대학에 학생 선발 권한을 지금보다 좀 더 부여하면, 대학은 학교와 학과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학생도 자신이 갖고 있는 다양한 역량을 활용해 자신이 희망하는 진로에 맞춰 대학을 진학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된다면 고교 공부부터 내가 희망하는 진로 분야로 수업을 찾아 듣고,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과 학과에 자신이 들은 수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수능 성적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고교학점제도 자연스럽게 당초 취지에 맞게 잘 정착될 수 있을것으로 본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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