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산업화 이끈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준비 완료…새울 3·4호기 건설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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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 원전 전경.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1호기, 2호기, 3호기, 4호기. <자료 한수원>

#. 12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버스로 3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부산 기장군의 고리(古里). 이곳에는 고리 1·2·3·4호기가 해안을 따라 늘어서 있다. 고리 제1발전소의 차수문 옆 대형 크레인에는 '대한민국 원전의 자존심 고리 제1발전소'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우리나라 산업화를 위해 전력을 공급했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산업화 책임진 고리 1호기, 국내 최초 '해체승인' 준비

고리 1호기는 우리나라 원전 최초 여정을 이어가는 원전이다.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원전의 역사를 열었다. 2008년 1월 우리나라 원전 중 처음으로 '계속운전'을 시작했다. 2017년 6월 우리나라 최초로 '영구정지'한 원전으로 기록됐다. 우리나라 원전 최초로 '해체승인'도 앞두고 있다.

고리 1호기는 우리나라 산업화를 책임진 곳이다. 고리 1호기가 약 40년간 가동되면서 생산한 전력은 1560억㎾h다. 현재 부산시가 8년간 사용한 전력량에 해당한다. 고리 1호기 건설 비용은 1561억원.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의 약 4배다. 산업이 태동하던 시절 우리나라가 '국운'을 걸고 만든 발전소다.

고리 1호기는 이제 전력을 생산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수원은 1호기를 해체하면서 세계 원전해체 시장 공략 발판을 만들 계획이다. 한수원은 2021년 5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고리 1호기 해체승인을 신청했다. 한수원은 원안위에서 해체를 승인하면 약 15년 내외에 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즉시해체' 방식으로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549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원전 해체시장을 공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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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2호기의 주제어실(MCR). 정면에 제어판에 원자로·발전기 출력이 각각 0%, 0㎿e라고 표기돼 있다.

◇고리2호기, '계속운전' 대기…안전성은 '현역급'

고리 2호기는 1호기와 반대의 길을 걷는다. 지난 4월 8일 운전허가기간이 종료된 2호기는 '계속운전'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 원전은 노형에 따라 30년·40년·60년씩 운전허가기간을 받는다. 운전허가기간이 지나면 '계속운전'을 신청해 10년 간 운영할 수 있다.

이날 방문한 고리 2호기의 주제어실(MCR)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주제어실 정면에 '원자력 출력 0%, 발전기 출력 0㎿e'이라고 표기된 것을 제외하면 가동중인 원전과 달라보이지 않았다. 원자로 가동은 멈췄지만 사용후핵연료를 냉각해야 한다. 각종 설비·기기도 점검해야 한다. 40년 간 활용한 주제어실 외관은 빛이 바래 낡아 보였지만 주제어실 설비 버튼은 오히려 직관적이다. 몇십년간 축적된 노하우로 안전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고리 2호기의 사용후핵연료저장조도 지난 40년간 사용한 연료 869다발을 안전하게 머금고 있었다. 사용후핵연료의 잔열을 식히기 위해 붕산을 투입하고 있는 저장조는 푸르스름한 빛을 띄었다. 저장조의 물 표면 10m 아래에는 사용후핵연료가 차폐됐다. 이날 기자는 가슴에 자동선량계(ADR)과 열형광선량계(TLD)를 차고 약 20분간 사용후핵연료저장조 근처에 있었다. 방사능 수치는 시종일관 0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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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2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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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울 3호기(오른쪽)와 4호기 건설 모습.

◇새울 원전, 한국형 원전 수출 '전진기지'로

지난 13일 방문한 고리원자력본부 인근의 울산광역시의 새울원자력본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미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새울 1·2호기와 함께 3·4호기 건설이 한창이었다. 이날 비오는 날씨에도 공사현장의 인부들이 질서를 유지하면서 작업했다. 한수원은 새울 3호기는 내년, 새울 4호기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한수원은 새울본부를 대형 원전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한다. 새울본부는 한국형 원전 노형인 APR1400으로만 구성됐다. APR1400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된 우리나라 대표 원전이다.

이용희 새울원자력본부 제2건설소장은 “새울 1·2호기는 우리나라 첫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참조발전소”라면서 “해수면으로부터 9.5m 높이에 단단한 암반에 건설했고, 피동촉매형수소제거장치(PAR)를 30개 배치해 안전하다”고 말했다.


부산·울산=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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