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핀테크 업체들이 올해 '턴어라운드(흑자 전환)'에 도전한다. 투자로 버티던 침체기를 지나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스케일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마이데이터 기업 뱅크샐러드는 상반기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뱅크샐러드에 따르면 이 회사 6월 실적은 지난해 12월 대비, 매출은 250% 성장하고 비용은 30% 감소했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상반기 상당한 수준으로 실적을 개선했다”면서 “이 같은 추세라면 하반기에는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뱅크샐러드는 기존 사업에서 매출과 수익을 늘리며 건전성을 높였다. 6월 기준 카드 중개 실적은 12월 대비 300%, 월 대출 실행액은 400%, 건강 관련 매출은 250% 증가했다. 주력 사업인 대출에서 지속적인 실적 개선이 가능한 기반을 갖춰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6월 기준 신용대출·주담대 포함 67개 금융사, 130여개 상품을 중개 중인데, 이는 지난 연말 대비 약 40% 늘어난 수치다. 5월부터 시작된 대환대출플랫폼에 참여한 이후 대출 고객은 98%, 대출 실행 건수는 40% 증가했다.
서비스(앱) 활성화를 가늠하는 지표도 크게 나아졌다. 금융데이터와 연계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는 출시 1년여만에 검사 인원 25만명, 대기인원까지 100만명을 기록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유전자 검사는 단일 사업으로 수익을 낼 만큼 성장했다. 웹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6월 기준 12월 대비 300% 상승했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함께 국내 대표 핀테크 기업으로 꼽혔던 뱅크샐러드는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손실이 450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뱅크샐러드는 이 같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공개(IPO) 준비에 들어갈 방침이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상반기 실적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이뤄냈다. 특히 자회사인 인터넷뱅크 토스뱅크는 하반기 월 기준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뱅 3사(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중 후발 주자로 유일하게 적자였던 토스뱅크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수익 낼 수 있는 체제를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토스뱅크는 최근 2000억원에서 최대 4000억원 규모 증자를 준비 중이다. 자본력을 확충하면 사업에 탄력을 붙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지난 해부터 흑자를 내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해 첫 연간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 다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증권사 시버트 인수와 카카오페이손해보험 투자 유치 등 사업 확장을 위한 활동이 활발하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 사업이 가능한 구조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금융 플랫폼과 핀테크 솔루션을 공급하는 핑거 역시 올해 1분기 흑자로 전환했다. 토큰증권(STO) 솔루션 등 하반기 프로젝트가 집중되어 있어 연간 실적 역시 호조세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사는 4월에는 자산운용사 핑거파트너스를 설립하는 등, 올해 들어 외연 확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직전 서비스를 개시했던 핀테크 업체 중 선두주자들이 데스밸리를 지나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울 수 있는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특히 대기업이나 금융 모회사 지원 없이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생존을 넘어 성장 단계에 들어갔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