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뉴스를 보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여기저기서 갈등을 빚고, 대립한다는 내용의 연속이다. 최근만 해도 후쿠시마 오염수, 최저임금, 노란봉투법, 비대면진료, 간호법, 2차 공공기관 이전,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등 갈등 사례가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노사, 남북, 여야, 젠더, 세대 등 지속돼 온 문제까지 포함하면 평온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갈등 주체도 다양하다. 정부와 민간, 민간과 민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각양각색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갈등과 대립이 넘쳐나면서 언젠가부터 '한국은 갈등공화국'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실제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조금 오래된 통계지만 지난 2021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종합해 '갈등지수'를 산출한 결과 2016년 기준 한국 갈등지수는 3위로 집계됐다. 2008년 기준 4위에서 2016년에는 3위로 순위가 더 올랐다. 최근 통계가 없지만, 최근 갈등이 심화된 상황을 보면 순위가 더 올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민간 조사업체들이 갈등을 조사한 결과도 다르지 않다. 대부분 조사에서 국내 갈등지수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회가 발전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고, 화합을 통해 발전으로 이끄느냐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집단 이기주의가 갈수록 심화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와 생각과 이념이 다르면 배척한다. 내 것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고, 상대를 배려하는 것은 뒷전이다. 상대방 의견과 목소리를 듣고 공감하기보다는 반대 의견을 내는데 더 골몰한다.
갈등을 중재할 중재자가 없는 것도 이유다. 갈등이 첨예한 곳에서는 “정치인은 뭐하느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치권이 여야로 나뉘어 정쟁을 벌이느라 바쁘니 중재가 될리 없다. 각자 한쪽 편에 서서 갈등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지금 같은 갈등공화국이 지속된다면 한국 사회 발전에 큰 걸림돌이다. 단적으로 산업분야만 하더라도 신기술, 신서비스가 나와도 기존 이익집단의 이익을 침해하면 시장에 자리잡지 못한다. 기득권층 반대에 부딪쳐 신기술과 서비스가 사장되는 경우도 숱하다. 국민에게 편익을 주는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는 제대로 고려되지도 않는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정-반-합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정-반만 있고 합은 없다. 합을 도출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국가들의 사례도 참고해야 한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미국, 일본, 프랑스, 덴마크, 노르웨이 등 주요국은 법과 제도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있다. 국가 발전 과정에서 사회·공공 갈등을 경험하면서 효율적인 갈등 예방과 해결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사회적 합의 형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갈등 하나하나를 푸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권도 이 문제 만큼은 뜻을 모아 갈등공화국 탈출 방법을 찾아주길 기대한다.
권건호 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