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개각을 단행했다. 장관(급)은 통일부 장관과 국민권익위원장 자리를 교체했다. 반면 실무를 총괄하는 차관(급)은 12명을 바꿨다. 취임 2년차를 맞아 국정과제 달성에 속도를 내려는 조치다.
주목할 점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급) 후보자는 최소화하고, 차관(급)을 대폭 교체했다는 점이다. 여소야대의 현 국회 상황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인사에서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통일부 장관 후보자 1명뿐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에서 '국정 쇄신' 등 정치적 국면전환을 위한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일을 정말 못하는 장관이 있거나 지금 장관보다 더 뛰어난 적임자가 있으면 모를까 의례적인, 정치적인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정부 출범 1년이 지나면서 '손발'이 잘 맞아가는 장관을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는 게 윤 대통령 판단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여당 원로 격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희망하고, 권익위원장은 공석이라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만한 또 다른 포인트는 차관에 대통령실 비서관을 대거 전진 배치했다는 점이다.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과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 김오진 관리비서관,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에 투입됐다.
윤석열정부의 국정철학을 잘아는 비서관(1급)을 차관으로 승진 이동시켜 공직사회를 다 잡겠다는 시도로 해석된다. 문재인정부 국정철학 유지를 이유로 원포인트로 단행됐던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인사와 같은 맥락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