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배달대행업체들이 전금업 사업자 등록 없이 사실상 선불충전금 시스템을 운용하면서 예치금 보호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계좌이체 등 현금이 아니라 신용카드 결제를 통할 경우 예치금 환불 등이 사실상 불가능해 논란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와 배달대행사 만나플래닛의 제휴를 통해 올해 출시한 ‘만나우리카드’를 사용하는 자영업자 사이에서 보증금 환불 문제로 인한 피해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을 만나 측이 돌려줄 경우 ‘카드깡’이 되고, 신용카드사에서도 남은 일부 충전금에 대해서만 결제취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논란이 된 만나우리카드는 업주가 배달대행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혜택을 부여하는 상품이다. 통상 배달대행업체는 업주가 미리 현금으로 충전한 ‘사이버머니(포인트)’에서 배달건수만큼 이용료를 차감하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충전금이 바닥날 경우 배달콜 요청에 문제가 생기고, 자동 현금이체에 대해서는 배달대행업체가 3~8%가량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신용카드결제를 도입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만나 측은 2영업일 간 누적된 배달대행료를 해당 신용카드로 후불결제하는 방식으로 업주로부터 수취한다. 다만 현금 예치와 달리 신용카드는 한도초과나 정지 등으로 미결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업장의 하루 배달대행료 약 250%를 보증금 명목으로 선결제하도록 장치를 두고 있다.
배달식당의 경우 월드컵 등 대형 축구경기, 크리스마스, 날씨 등에 따라 배달건수 변동이 매우 큰데, 이때 한번 높아진 보증금은 업주가 조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보증금은 많게는 수백만원 규모로 커질 수 있는데, 단기특수로 인해 보증금만 크게 늘어날 경우 업주 입장에서는 큰 돈은 물론, 신용카드 한도까지 고스란히 묶이게 된다.
만약 업주가 급전이 필요하거나 이용 배달대행사 교체, 폐업을 하더라도 이 돈은 돌려받기 어렵다. 대형배달업체들의 경우 환불이나 카드깡 문제를 우려하기 때문에 아직 신용카드 결제를 통한 배달대행료 충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신용카드를 통해 충전한 예치금의 경우 환불 문제는 충전사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충전금의 경우 수년이상 보전될 수 있는 상황인데, 일부만 남은 충전금을 신용카드사에서 결제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배달대행업체들이 운용하는 예치금은 사실상 선불충전금이지만 단일 업종에서만 사용되기 때문에 전금업 등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개별 자영업자의 예치금 비중이 매우 크고, 일부 배달대행업자의 경우 예치금을 유용하거나 들고 잠적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어 문제가 커지는 상황이다.
만나플래닛 측은 보증금 책정 기준을 일 평균 배달대행비의 150% 수준으로 낮추고, 일 평균 배달비 산정 기준을 2~3개월 단위로 늘려 보증금 한도를 두는 등 다양한 장치를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단기 특수로 인해 인상한 보증금도 매출 하락 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만나플래닛 관계자는 “인상된 보증금에 대한 부분 환불이나 취소는 불가하지만 PG사를 통한 전체취소나 잔액 취소 등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카드 취소 이후 적용까지 5~7 영업일이 소요되는만큼 배달포인트로 전환 등 선택지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