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국제재판..“韓정부, 엘리엇에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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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오는 29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사거리 인근에 플레이그라운드 콘셉트의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강남’을 오픈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오픈 준비 중인 ‘삼성 강남’ 외벽에 티저 이미지를 랩핑한 모습. 삼성전자 제공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69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중재기구 판정이 나왔다. 1조원의 청구액 중 7%만 인정했는데, 배상원금에 이자와 법률비용을 포함하면 1300억원까지 금액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20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엘리엇 사건 중재판정부가 엘리엇 측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에 5358만6931달러(약 690억원·달러당 1288원 기준)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한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규정한 의무를 위반했다며 PCA에 중재를 신청한 지 5년 만이다.

엘리엇이 청구한 손해배상금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인데, 이중 약 7%가 인용됐다. 2015년 7월16일부터 판정일까지 5% 연복리의 이자를 지급할 것도 명했다.

아울러 엘리엇이 정부에 법률비용 345만7479.87달러(약 44억5000만원)를, 정부가 엘리엇에 법률비용 2890만3188.90달러(약 372억5000만원)를 각각 지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엘리엇에 줘야 하는 배상원금, 지연이자, 법률비용을 모두 합한 금액은 13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 당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에 찬성 투표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ISDS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의 7.12%를 보유하고 있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합리하다며 합병을 반대했다.

엘리엇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직권을 남용해 국민연금이 절차를 뒤엎고 합병 찬성이라는 잘못된 결정을 내려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성의 뇌물과 대통령의 승계 계획 지원 사이에 명확한 대가성이 존재한다’고 판시한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판결문 등을 제시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또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할 당시에 이미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합병 승인 이후 투자손실을 입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득을 봤다고 맞섰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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