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77〉이차전지 산업의 성패는 핵심 원자재 수급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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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이차전지는 반복적 충전과 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가능한 전지다. 외부 전기 에너지를 화학에너지 형태로 바꾸어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전기를 만들어 내는 장치이다. 이차전지는 고안정성, 고성능화를 이루기 위한 핵심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및 전해질로 구성된다.

모든 이차전지는 양극과 음극이라는 활물질을 가지고 있고, 분리막에 의해 분리되어 있다. 전해질이 양극과 음극 사이 이온전달을 가능하게 해 산화와 환원반응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충전은 양극에서 분리막을 지나 음극으로 이동하며, 방전은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차전지 성능은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및 전해질로 구성된 핵심소재 경쟁력에 의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양극재는 외부 도선으로부터 전자를 받아 양극활물질이 환원되는 전극으로 전지 용량과 전압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초저가, 고용량 전극소재로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이 주로 사용된다. 음극재는 음극활물질이 산화되면서 도선으로 전자를 방출하는 전극으로 고출력 전극을 위해 흑연, 실리콘 등이 사용된다.

전해질은 양극의 환원반응, 음극의 산화반응이 화학적 조화를 이루도록 물질이동이 일어나는 매체로 이온전도도와 고안전성, 고신뢰성을 위해 리튬염, 유기액 등이 주로 사용된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물리적 접촉 방지를 위한 격리막으로 세라믹, 고분자물질 등이 활용된다.

열거한 바와 같이 이차전지는 다양한 원재료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수급되어야 할 산업이다. 하지만 리튬, 코발트 등 원재료를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자재 가격변동에 따른 부담이 크고, 안정적 소재 조달은 물론 가격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국내 기업들도 핵심 원자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차전지 관련 원재료 확보에 먼저 나선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1918년 5월 중국 최대 리튬 공급업체인 티엔치리튬이 세계 리튬매장량 1위인 칠레의 최대 리튬 생산업체 SQM의 지분 23.77%를 4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티엔치를 포함한 중국 기업이 세계 리튬 시장의 70%를 장악하는 등 중국에 대한 자원 의존도를 강화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도 설비 확장, 수입처 다변화, 원료 재활용 등을 통해 원자재 확보를 모색 중에 있다.

리튬이온전지 소재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이 시장을 주도했으나 한국 및 중국 업체 성장으로 공급망이 다양화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양극재의 경우 벨기에의 유미코어와 중국 산산(ShanShan)이 세계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한다. 유미코어와 세계 주요 이차전지 생산업체에 공급하고 있는 반면 산산은 CATL 등 중국 이차전지 생산업체 중심으로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음극재는 광물자원이 풍부한 중국과 전통적 탄소산업 강국인 일본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분리막은 전지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소재로 신제품 적용에 보수적이며, 타 소재에 비해 한국과 일본이 강세이고 중국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해질의 경우 일본 미츠비시 케미컬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한·중·일 3국에 공급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이차전지 사업 진출, 이차전지 제조업체들의 소재산업 진출 등 산업 내 수직계열화에 따른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차전지 산업에 있어 저조한 원재료 및 소재 자급률은 국내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향상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결국 우리가 이차전지 산업에서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관련 기업들의 대안 모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