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데이터센터 업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목받는다. MS는 김해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했다. 이와 별개로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의 국내 사업을 위해 일부 데이터센터를 임대(상면임대)해 사용 중이다. 그런 MS가 또다시 데이터센터 추가 임대를 타진하고 있다.
업계는 MS가 데이터센터 추가 임대하려는 이유로 국내 ‘챗GPT’ 이용자 증가를 꼽는다. 올초부터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오픈AI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의 국내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클라우드를 비롯한 추가 시스템·인프라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MS는 오픈AI에 투자하면서 챗GPT 기술 독점권을 확보했다. 이를 검색서비스 ‘빙’에 적용해 구글 검색에 밀린 시장을 탈환하려 한다는 관측이 많았다. 모바일 시대 이후 구글에 밀려 검색 시장을 내어준 것은 MS 입장에서 뼈아픈 과거임에 틀림없다. 검색 시장을 되찾기 위한 노력 일환도 맞다.
업계가 이보다 주목하는 것은 클라우드 시장 판도 변화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MS가 오픈AI에 투자한 금액은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비용 가운데 상당 금액은 현금이 아닌 인프라 지원이다. 오픈AI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챗GPT를 세상에 공개하면서 단기간에 1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이들에게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는 클라우드다.
MS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위에서만 챗GPT가 동작하도록 투자 조건을 걸었고 안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전까지 오픈AI는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클라우드 업계는 향후 2~3년 내 MS가 클라우드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성장 트리거(촉매제)는 오픈AI 서비스 독점 계약이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은 서비스형 인프라(IaaS) 차원 경쟁이 아니라 ‘킬러 서비스’ 발굴에 주력한다. 자사 클라우드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고 이렇게 끌어들인 고객을 묶어두기(락인) 위한 수단이 킬러 서비스다.
MS 역시 클라우드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킬러 서비스로 오픈AI를 선택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국내 클라우드 업계도 챗GPT가 던진 시장 변화, MS의 전략을 통해 향후 시장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AI랩을 내부 조직으로 흡수해 챗GPT 대항마 ‘하이퍼클로바X’를 준비 중이다. 해외는 일반 사용자뿐만 아니라 기업용(B2B) 시장을 겨냥해 경량화된 생성형AI 서비스 개발에 집중한다. 네이버클라우드도 B2B 영역에서 경쟁할 만한 제품을 선보여야 승산이 있다.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방한 소식에 또 한번 시장이 들썩였다. 챗GPT가 올 상반기 쏘아올린 화두는 상당하다. 단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상당수다. 맹목적 챗GPT 맹신·도입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한 연관 산업 변화, 시장 판도에 따른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 확보 등 거시적 분석과 접근이 필요하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