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곤봉 진압으로 시위하던 노동자가 머리에 피를 흘린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직접 광양을 찾았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노동계와의 연대를 통해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은 물론 포스코의 역할도 주문했다.
서영교 민주당 노동존중실천국회의원단(노동존중실천단) 단장은 7일 전라남도 광양시 광양제철소 앞에서 열린 ‘노동운동 탄압분쇄! 경찰 폭력 만행 규탄! 한국노총 긴급 투쟁결의대회’에서 “경찰의 무도한 폭력 앞에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가 처참하게 짓밟혔다. 경찰의 폭력은 경찰직무직행법과 복무규칙을 전면적으로 위반한 야만적인 행태”라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김경협, 이용빈, 이수진(비례)의원과 지역구 의원인 서동용 의원, 주종섭 전남도당 노동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31일 새벽 5시 30분경 전라남도 광양시 광양제철소 앞 포스코 하청노동자 농성장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사무처장의 머리를 경찰봉으로 내리쳤다. 이후 김 사무처장은 병원으로 긴급호송됐다. 김 사무처장은 치료 이후 경찰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전날 연행됐다.
사건 발생 이후 민주당은 지도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이날 직접 광양을 찾은 것도 이에 대한 대응의 일환이다.
민주당은 경찰의 진압이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규칙에는 △가장 적절한 물리력을 사용해야 하고 △대상자가 가할 수 있는 위해의 정도를 판단해 최소한의 물리력을 사용해야 하며 △덜 위험한 물리력을 통해 상황을 종결할 수 있도록 위해를 감소하려 노력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 측은 경찰이 김 사무처장이 망루에 오른 지 49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진압에 들어갔다는 것과 최고 수위의 물리력을 행사한 점 등을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곤봉으로 머리를 여러 차례 내리친 것과 경찰이 목을 무릎으로 짓누르며 뒷수갑을 채웠던 점, 유혈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에게 도주의 우려를 이유로 구속한 점 등을 노동탄압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측은 노동계와 연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당내에서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경찰의 유혈진압이 노동계 강제 진압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읽힌다.
서 단장은 “민주당은 노동존중실천단·당대표 간담회를 여는 등 이 사안의 심각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도 연대 의사를 확실히 표시하며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전해달라고 했다”면서 “국회에서도 법 개정에 앞장서겠다.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노동자들의 합법 투쟁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인 포스코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용빈 의원은 “하청 노동자의 설움이 가장 많았던 곳이 바로 포스코 사내 하청, 포운 노사분쟁의 현장으로 알려져 있다”며 “자회사나 다를 바 없는 하도급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더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 포스코 사내하청 포운노사와의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를 끝까지 지켜보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사내 하청회사 부분파업으로 인한 대체인력 투입과 노조원 임금삭감 고지 예고 등과 관련해 “포스코는 역사적·사회적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찰의 노동자 탄압과 폭력 진압에 대해서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며 “원청 포스코의 책임회피와 하청사 포운의 교섭 해태,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서동용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가 열리면 긴급 현안질의나 청문회 등을 통해 이 문제를 별도로 규명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윗선의 지시 등에 대한 부분도 세밀하게 따져 묻고 이를 토대로 또 해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