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시그넷이 미국 전기차 충전기 공장을 가동한다. 국내 충전 인프라 기업이 미국 현지에 충전기 완제품 생산·조립이 가능한 생산 기지를 구축한 것은 처음이다. 이 회사는 SK그룹 계열 전기차 충전장비 업체다.

SK시그넷은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플레이노시에서 전기차 충전기 공장 준공식을 개최한다. 행사에는 신정호 SK시그넷 대표 등 회사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Photo Image
SK시그넷 미국 법인

SK시그넷은 지난해부터 1500만달러(약 200억원)를 투자해 연간 1만기 이상 350킬로와트(kW)급 초급속 충전기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지었다. 공장 규모는 대지 면적 1만5000평, 건물 면적 4000평 규모로 동일 부지 내 3000평 규모 추가 증축이 가능하다.

미국 내에서만 1만기 이상 초급속 충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SK시그넷의 350㎾급 충전기는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 이비고, 테라와트 인프라스트럭처 등 SK시그넷의 주요 고객사와 자동차 브랜드 등 다양한 충전소 사업자(CPO)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SK시그넷은 미국 공장 신설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 친환경 정책에 선제 대응한다.

Photo Image
미국 일렉트릭에라가 SK시그넷 초급속 충전기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확대를 위한 특별법(NEVI)에 따라 보조금을 받으려면 전기차뿐 아니라 충전기 제품의 미국 내 생산이 필수다. 미국 정부는 NEVI 프로젝트를 가동해 현재 13만개 수준인 공공 전기차 충전기를 2030년까지 50만개로 늘릴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2월 보조금을 지원해 충전기 보급을 확대하는 ‘바이 아메리카’(인프라법) 세부 규정도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 충전기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 중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제조하는 경우에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충전기까지 미국산을 쓰도록 한 것이다. SK시그넷은 텍사스 충전기 공장 구축으로 보조금 수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SK시그넷은 전체 매출 80%를 미국에서 올리는 현지 초급속 충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16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미국 신공장을 앞세워 초급속 충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 공급해 글로벌 선두 충전기 업체 입지를 굳히고 매출 확대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Photo Image
SK그룹 본사 전경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