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전환 성과 평가에서 세계 20대 자동차업체 가운데 13위에 올랐다. 미국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가 ‘누가 전기차 전환을 주도하는가’를 주제로 주요 완성차의 전동화 전략을 수치화해 종합 순위를 매긴 결과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위 완성차로서 전기차 기술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낮고 전략적 비전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테슬라가 차지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견줄만한 잠재력을 갖췄다. 반대로 전기차 개발, 배터리 내재화, 소프트웨어(SW) 기술 개발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페이 양 ICCT 평가 매니저는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생산과정에서 경쟁사를 따라잡을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며 “제조 과정에서 많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전기차 시장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 강력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장이 급변하는 만큼 경쟁사를 뛰어넘는 차량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지속 가능한 전기차 공급망을 구축하면 테슬라, BYD, GM 등을 뛰어넘는 전기차 업체로 성장할수 있다는 애정어린(?) 조언도 나왔다.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에서 잠재력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이유 중 하나는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적 니즈를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주행거리 600㎞, 충전속도 18분,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소유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내려고 한다. 5분만 충전해도 하루에 100km를 주행하는 고전압 초급속 충전은 현대차의 핵심 기술이다.
현대차가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지속 가능한 수준의 미래 비전 마련이다. 송호성 기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베스터 데이 2023’에서 기아 오토랜드광명 공장에서 2030년 태양광 발전, 신재생 전력구매 등 재생 에너지를 절반 이상 사용해 2040년 친환경 제조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장 폭스바겐, BMW, 르노자동차 등 천연 자원이 풍부한 유럽과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1967년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 차량을 조립 생산하면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포드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전기차(SDV) 시장에서 경쟁하는 세계 3위 자동차 그룹이 됐다. 앞으로 전기차 선두 업체로 올라서기 위한 성장 방안과 제조 공정에서 탈탄소화를 이루기 위한 육성 전략을 펼쳐야 한다. 최근 만난 현대차 협력사 관계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아 사장 시절 테슬라가 만드는 전기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현대차가 오는 2030년 세계 3위 전기차 업체로 성장하려면 전기차 기술 진보는 물론 친환경 공급망 생태계 확보가 필요하다. ICCT가 현대차에 전기차 시대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되기 위한 전략적 비전이 없다고 지적한 과제를 되짚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