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기차 충전기 보급 대수, 충전 품질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간한 ‘2023년 글로벌 전기차 전망·충전 인프라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Charging Points per EV)는 2.0대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전기 트럭, 버스 등 중대형 상용차를 제외한 전체 전기차 대수를 충전기 개수로 나눈 것으로, 낮을수록 충전 부담이 낮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 대상국 30여곳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유럽(13대), 세계 평균(10대), 중국(8대)을 크게 앞선다.
충전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전기차 1대당 충전기 출력’(㎾ per EV) 지표에서도 한국은 6.9㎾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세계 평균(2.4㎾)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유럽은 1.2㎾, 중국은 3.4㎾로 나타났다.
한국의 충전기 보급 속도, 출력 모두 전년 대비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직전 조사에서 한국은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Charging Points per EV) 2.6대, 충전 출력 6.5㎾를 기록, 각각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다만, 한국의 고속 충전 인프라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완속 충전기는 2021년 대비 두 배 증가한 18만4000개소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전기차 충전기 20만5000기의 약 90%에 해당한다.
IEA는 전기 트럭·버스 등 대형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선결과제로도 급속 충전기 보급 확대를 지목했다. IEA는‘ 미국과 유럽의 지역 및 장거리 트럭 운영을 위한 전력 요구사항 연구’를 인용, 30~45분의 휴식 시간 동안 전기 트럭을 완전히 재충전하기 위해 350kW 이상, 최대 1㎿의 충전 전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기 트럭 보급에 막대한 예산을 쏟는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1톤 전기 트럭 5만대 보급을 위해 예산 1조원을 들여 구매 비용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일각에선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효율이 낮은 전기 트럭의 급격한 증가로 충전 인프라 장기 점거 문제 등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1톤 전기 트럭의 충전 효율이 일반 전기차량 대비 크게 떨어지고 주행거리도 절반 수준인 상황에서 보급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면서 “고속 충전 인프라 확대, 전기 트럭 보급의 속도 조절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IEA는 전기차 시장의 지속 성장을 예상했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1000만 대 이상의 전기 자동차가 판매됐으며 올해 판매량은 35% 성장한 14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 자동차 점유율은 2020년 4%에서 2022년 14%로 약진했고 올해는 18%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