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독자적 인도·태평양전략을 본격화했다. 그간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인태전략과 같은 포괄적 외교전략을 갖추지 못했다.
특히 태평양 내 중심국가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소속 개별 국가와 양자 정상회담을 갖는 등 소통채널을 정상급으로 격상한 점도 눈에 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태도국과 협력을 강화했다. 정상회의 정상선언 발표를 통해 ODA(개발원조)를 두 배 증액하기로 하고, 한-PIF 협력기금도 지속 증액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정, 기술이전, 역량 강화 지원 노력을 강화하고, 기후금융 신규재원 조성 등 기금 마련 노력도 계속하기로 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는 국가의 유지와 주민보호 지원도 검토한다. 자연재해 피해 최소화와 회복력 강화를 위한 기술지원과 방사성 물질에 의한 환경오염으로부터의 해양 보호,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제회복, 교육, 고용, 창업, 무역, 투자 촉진, 혁신, 디지털 전환, 지역개발, 금융역량, 농수산품 생산성과 유통체계 개선 지원에도 합의했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 등 국제기구 선거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지지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정상회의는 한-태평양도서국 협력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여기 계신 정상들과 힘을 합쳐 PIF와 대한민국이 함께하는 상생의 파트너십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태도국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기여, 관여 등을 넓히려는 이유는 태평양의 지리적 입지 때문이다. 해양국가이자, 무역중심 산업경제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바다를 빼고 미래 먹거리를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태평양은 외교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각축장이자, 산업적으로는 풍부한 해양자원과 미래 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핵심 공급망 협력지역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쿡제도·마셜제도·솔로몬제도·니우에·팔라우·키리바시·통가·투발루·바누아투·파푸아뉴기니 정상과 연쇄 양자회담을 갖고 각 도서국 수요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태평양도서국가들과 정의롭고 신뢰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태평양 국가인 한국과 태평양을 함께 지키면서 태평양의 지속 가능한 이용방안을 강구하고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