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전극 1공장 첫삽
고객사 요청 맞춰 반제품 공급
소규모 제조사·완성차 업체 공략
내달까지 550억 투자 유치 계획

배터리를 위탁생산하는, 이른바 배터리 파운드리 사업이 국내 처음 시도된다. 고객사 요청에 맞는 배터리 반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다. 배터리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이나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시도하는 완성차 업체 등을 겨냥한 모델이다.

JR에너지솔루션은 24일 충북 음성에서 스마트전극 1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음성 용산산업단지 2만4000평 규모 부지를 확보하고 총 3개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JR에너지솔루션은 이곳에서 전극 공정을 위탁생산한다.

전극공정은 전극, 조립, 활성화로 나뉘는 배터리 생산공정 중 가장 앞단에 해당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양극과 음극 극판을 만드는 공정이다.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 수명, 품질 등을 결정하는 공정으로 기술 난도가 높고 투자 비중도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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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에너지솔루션이 24일 충북 음성 용산산업단지에서 스마트전극 1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오덕근 제이알에너지솔루션 대표, 조병옥 음성군수, 안해성 음성군의회 의장 (왼쪽 7번째부터부터 9번째) 등 참석자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JR에너지솔루션은 양·음극 활물질을 알루미늄박과 동박에 코팅해 압연한 후 자르는 슬리팅 공정을 거친 양극판과 음극판을 고객사에 공급한다. 고객사는 배터리 반제품인 전극을 구매해 원하는 형태로 잘라 조립하고 활성화하는 공정만 담당하면 된다.

배터리 양산 경험이 부족한 국내외 신규 배터리 제조사를 주 타깃으로 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JR에너지솔루션은 위탁생산 수요가 클 것으로 봤다. 기존 배터리 제조사들도 비전략 제품 생산을 외주로 맡길 수 있다. 배터리 소재·장비 기업이 개발한 신소재나 장비를 배터리셀에 적용해 검증하려는 수요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JR에너지솔루션 자체 추산에 따르면 2030년 중국을 제외하고 23조원 규모 전극 외주 생산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도 소규모 배터리 제조사나 개발장비 업체, 중국 배터리 업체 등을 통해 전극 외주 사업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생산 규모와 기술력에서 한계가 있었다. JR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밀도를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를 비롯해 리튬인산철(LFP), 하이망간(LMO) 양극재와 리튬티탄산화물(LTO), 실리콘 음극재 등 다양한 활물질을 적용한 고성능 전극을 맞춤형으로 생산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필요한 경우 셀 완제품까지 만들어 공급하거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지원하는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날 기공한 1공장은 300MWh 규모로 연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공장은 2GWh 규모로 2025년 1월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사 수요가 늘어날 경우 3공장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미국, 말레이시아, 터키 등에 해외 공장 건설도 현지 파트너와 협의 중이다.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복수의 전략적투자자(SI)로부터 내달 말까지 550억원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향후 2·3공장 신설에 맞춰 추가 투자 유치도 추진 중이다.

JR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 콘티넨탈, 헨켈, 에너테크인터내셔널 등을 거친 오덕근 대표가 배터리 파운드리 시장 개척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설립했다. 오 대표를 비롯, 20년 이상 배터리 업계 경력을 갖춘 인력들로 구성됐다.

오덕근 JR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전극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배터리계의 TSMC가 되는 것이 목표”라면서 “배터리 생산 경험이 부족한 신규 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들의 외주 생산 수요가 전극 파운드리 시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충북)=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