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대표의 UX스토리]〈5〉애자일, 섬세하게 다각적인 사용자 경험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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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팀플레이어 대표

필자의 경험으로는 5월은 일이 가장 왕성하게 많은 달이다. 연초 계획한 일을 상반기 결실을 보기 위해 또는 중간성과를 체크해 목표달성율을 높이는 달이다. 그래서 ‘빨리빨리’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빨리빨리 업무를 수행하고 성과를 올리기 위해 업무진행에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소프트웨어 또는 IT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빨리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초반 IT산업이 대두될 무렵이다. 우리나라 예를 들면, 모바일 단말기가 개인화돼 1인 한 대의 단말기를 가지기 시작했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비롯 다양한 제품이 등장했다. IT가 빠르게 발전하는 속도만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인력은 제한적이었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개발은 인터넷 등장으로 출시 주기가 짧아지고 이전의 제품 및 산업디자인의 공정과 다르게 유동적이고 개방적이었다. 그래서 동일한 일하는 방식으로는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기에 어려웠다. 개발자(기획자, 디자인, 개발 등 서비스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들은 한 달 걸리는 작업 시간을 더 짧게 줄이기 위해 매일 밤을 새워야만 했다. 그러나 24시간을 지새우는 것 만으로는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접근 방법에 대한 변화를 필요로 하게 되었고 폭포수 방식의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다.

개발자들은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문(Manifesto for Agile Software Development, 2001)을 했다. 동작 가능한 코딩을 통해 기민하게 대응하고자 했으며 고객과의 협업, 계획도 중요하지만 세상의 변화에 더 민감하게 대응하고자 했다. 애자일의 기본 사상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자 함에 있다. 변화의 대응은 속도가 핵심이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고객 또는 사용자의 경험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더 크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의 업무가 단계별로 나누어 진행하기보다는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협업하는 자세와 일하기 방식이 새롭게 요구됐다.

필자가 대기업을 방문을 했을 때 ‘애자일처럼 행동하자’라는 슬로건이 들어간 표제가 사무실 입구에 크게 걸려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임원들도 ‘애자일처럼 일합시다.’라고 말을 한다며 마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회사인 듯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애자일을 경영혁신의 트렌드로 기업에 적용하려는 것 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에서 또는 임원이 말하는 애자일은 ‘빨리빨리’해 진행해 달라는 것이다. 왜 애자일의 변화가 왔는지 이해는 하지 못하고 애자일처럼 빨리빨리 진행하고자 ‘애자일처럼’, ‘애자일스러운’이라는 말을 한다. 애자일은 트렌드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중의 하나이며 기존의 폭포수 모델(Waterfall Model) 방법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곳이 더 많고 이러한 폭포수 모델로 효과적이고 충분히 가치 있는 일하는 방식이 맞다면 회사문화에 어울리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애자일의 뜻이 ‘기민함’, ‘빠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날렵한 움직임을 가진 셀(cell)단위의 조직들로 구성되어야 하며 기업문화 속에서 빠른 프로세스로 움직일 수 있게 조직화되어야한다. 애자일에 맞는 기업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은 채 ‘애자일스럽게’라는 말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저 ‘빨리빨리 일을 진행해 주세요.’라는 의미로 해석하게 만든다.

애자일의 일하는 방식과 프로세스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론적 배경으로 어필하기보다는 동작구현의 프로토타입을 통해 사용자가 받을 경험의 가치가 무엇인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UX디자이너는 제플린, XD, 스케치등 다양한 프토로타입툴은 포토샵을 대체해 사용자 콘셉트를 빠르게 만들어 확인할 수 있고 개발자 또는 코더에게 개발방식을 효율적으로 적용하도록 돕고 있다. UX 디자이너는 툴을 통해 사용자 테스트를 더 쉽고 빠르고 명확하게 진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애자일의 산출물은 완성형이 아니라 ‘변화의 과정’이며 그래서 지금이 부족하더라도 오픈 후 빠른 개선 방향을 만들 수 있다. 즉 프로젝트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변화를 탐색하여 끊임없이 진화하게 만든다.

애자일 방식에도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필자가 스타트업 서비스를 컨설팅을 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첫째, 작은 단위 기능으로 개발하고 배포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전체를 생각하고 정보 설계를 하지 못하고 또한 일관성 있는 디자인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둘째, 문서보다는 협업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팀 내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팀 내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 지지 않으면 서비스 개발은 성공하기 어렵다. 그래서 팀을 이루는 구성원 간의 성향이나 관심도에 맞는 인력 배치가 되어야 한다. 셋째, 애자일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문서가 적고 단계가 매우 짧아 깊이가 부족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서나 적고, 단계가 짧으며 제작기간이 적을수록 팀원들의 노하우와 스킬이 매우 필요하다. 필자는 애자일 접근 방법일수록 노련하고 숙련된 팀원으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애자일은 일하는 방식의 형태일 수도 있고 경영 트렌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애자일의 대두는 세상의 움직이는 ‘빠른’ 속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사용자의 경험을 다각화하고 섬세하게 대응하기 위한 입체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은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관점이며 프로세스 전반을 적용하지 않아도 애자일의 사상을 통해 변화를 기민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김인숙 팀플레이어 대표 ux.teamply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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