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분석 플랫폼 ‘쟁글’이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와 공시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
현재 국내외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에 코인을 상장하기 위해서는 쟁글을 포함한 평가업체가 발간하는 프로젝트 평가서가 필요한데, 이 평가 과정에서 뒷돈거래나 상장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쟁글 측은 이와 같은 의혹을 불식시킬 명확한 규제환경이 조성되기 전까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23일 이현우·김준우 크로스앵글 대표는 공지를 통해 “현재 시점에서 명확한 규제환경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그간 진심을 담아서 시작하고 운영했던 공시와 평가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며 “투자자 보호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기는 각종 의혹에 대해 원천적으로 해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불거져 온 논란들에서도 당사는 정상적인 사업을 했을 뿐 어떠한 부정한 청탁도, 어떠한 부정행위도 하지 않았다”며 “평가 결과에 대한 타협도 없었으며, 평가 이후 상장에 대한 기대를 대가로 뒷돈을 주거나 받는 행위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쟁글에 따르면 ‘리베이트 논란’이 된 영업활동의 경우 일종의 ‘소개료’라는 입장이다. 쟁글의 평가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소개해 줄 경우, 평가 비용의 10% 정도를 지급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쟁글은 지난 2019년 공시 서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출범했다. 코인 발행 주체인 프로젝트와 투자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서비스다. 상장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은 주요 경영변동 등에 대해서 공시 의무가 없는데, 이를 각 프로젝트가 자발적으로 공시하도록 한 자율 규제 형태를 띄고 있다.지난해 기준 약 1만5000개 이상의 공시가 쟁글을 통해 발간됐다.
이듬해부터 ‘크립토평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잦아졌다. 쟁글은 가상자산 프로젝트로부터 용역을 수주받아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모델과 코인의 실질적인 활용도 등을 분석해 정량적인 점수와 등급을 산출한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일부는 쟁글이 평가하는 보고서를 상장 신청에 필수 서류로 지정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평가에 대한 공신력 있는 기관이 전무한 상황에서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쟁글이 프로젝트로부터 평가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구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금전관계에 의한 이해당사자가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를 하기 때문에 공정한 평가 결과를 내놓기 어렵다는 측면이다. 실제로 한때 쟁글이 제공했던 ‘리스팅 매니지먼트 서비스’ 같은 경우, 대금에 대한 명목은 컨설팅 수수료였으나 실질적으로 상장피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크로스앵글은 “최근 투자자 보호 관련 각종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규제가 도입되면 저희가 해왔던 노력을 정부 차원에서 더욱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수많은 의심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흩어져서 업계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의 도전과 노력을 응원한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