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13〉업무 주체를 하이브리드로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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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비즈니스용 웹사이트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Similarweb의 5월 기준 데이터에 따르면,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현재 세계에서 17번째로 가장 인기 있는 웹사이트로 확인된다. 이는 같은 기간 넷플릭스, 링크드인보다 많은 방문 수치이며 이같은 놀라운 성과를 더 대단하게 만드는 건 복사, 붙여 넣기만 가능한 가장 기본적인 UI만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 그리고 다른 경쟁 사이트들과 다르게 모바일 웹의 부재에서도 이룩한 성과라는 점이다. 그리고 지난 18일 관련 모바일 앱이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됐다. 우리가 새로운 모바일 앱 출시 관련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음성 텍스트 변환 모델인 Whisper가 탑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제 생성 AI에의 연결이 모니터 앞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났고 텍스트에 이어 음성까지 확대된 데이터 형식은 앞으로 사진 또는 영상과 같은 비주얼 데이터 인식까지 추가되면 현존하는 모바일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의견을 주고받는 생성 AI가 우리의 일상에 직접적으로 들어오게 될 거라는 점이다.

때문에 그동안 생성 AI의 답변에 대한 적절성 평가, 인간 존재와의 대립되는 존재로서의 위험성에 대한 수많은 우려와 논의보다는 이제 새로운 파트너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관심을 둘 필요가 높아졌다. 특히 업무 면에 있어 이미 공공 기관들에서는 직원 대상의 챗GPT 사용 설명서를 배포 중이며, 기업 내 특정 부서는 AI를 업무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출하라는 다소 막막한 요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관 및 기업들의 반응은 1960년대부터 유지되어 온 비즈니스 정설인 3 다리 의자(3-legged stool) 관점에 기반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동안은 조직의 변화를 PPT 즉, 사람(People), 프로세스(Processes), 도구 또는 기술(Tools or Technology)의 세 가지 요소 간의 조화로 간주하며 하나의 다리가 바뀌면 다른 다리를 조정하여 의자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사람과 AI 도구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매일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이들을 분리해 고려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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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이 비즈니스 업무 영역에 적용되었을때의 전· 후 차이

이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이다. (Actor-Network Theory) ANT는 1980년 대 초 브루로 라튀르 등이 개발한 사회 및 기술 시스템을 연구하는 접근 방식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우리는 인간만을 주체성을 가진 행위자로, 사물과 같은 비인간 개체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동적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해당 관점에서는 다른 존재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에 행위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 즉, 적어도 출발점에서는 ‘사물’을 사람과 동등한 위치에서 고려함을 의미한다. ANT를 생성 AI와 함께하는 앞으로의 업무 환경에 적용하면 조직은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라 생각할 수 있다. 인간 행위자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직원이며 사무실, 컴퓨터, 커피 머신과 같은 비인간적 행위자가 없다면 그 모든 것은 불가능하다. 챗GPT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우리가 채팅을 통해 교육시키고 채팅으로부터 배우면서 생성되는 아이디어를 확인하며 이러한 상호 영향력을 인식할 수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444명의 사무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챗GPT와의 작업 경험에 대한 MIT의 한 연구는 해당 도구가 작업 초기의 브레인스토밍 시간을 줄여 초안 작성을 빠르게, 최종 편집 과정에서 더 집중적으로 사용되어 전반적으로 업무 효율을 크게 상승시킨다는 결과를 보여준 바 있다.

앞으로는 조직과 부서의 리더들에게 보다 실험적인 관점과 태도를 요구하는 현실이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업무 프로세스 점검 시기를 줄이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마케팅, 홍보, 번역 등과 같은 업무 현장에서 AI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으나 조직은 여전히 이를 직원 개개인의 사용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부서 전체의 변화로 바라보고 전체 진행 과정의 재조정을 고려하는 것이 관리 통합 및 성과 분석 면에서 더 나은 업무 효율성을 확인케 할 수 있다. 또한 생성 AI를 활용한 업무의 주체는 함께 성장하는 두 개의 주체의 합, 즉 하이브리드임을 인식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될 챗GPT의 기능의 직원들의 활용 여부 결정에 도움이 되고 OpenAI 또는 정부 및 AI 관련 기관들의 사용 규제 및 통제에 보다 빠른 대응을 가능케 할 것이다.

생성 AI의 혁신이 어디로 이어질지 예측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역동적인 네트워크와 하이브리드 행위자 관점에서 생각하는 기업과 팀은 이 계속되는 변화의 흐름에서 유리한 위치를 지속적으로 잡아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이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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