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생명체 근원 물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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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지구 표면 4분의 3을 덮고 있는 물은 지구상 생명체가 출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재까지도 물은 푸른 지구를 유지하는 필수적 요소로 여타 행성과 다르게 지구만이 가지고 있는 ‘생명의 근원’이다.

이러한 물의 기원을 놓고 과학계에선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그동안 가장 지배적인 이론은 ‘외부 유입설’이다.

지구 형성 초기에는 태양과 가까운 탓에 물이 응축되지 못하면서 당시 지구에는 물이 없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후 소행성이나 혜성의 지구 충돌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물이 유입됐을 것이란 가설을 내놓았다. 이는 실제 과거 지구를 스쳐 지나간 혜성들이 얼음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뢰도를 높여왔다.

이 같은 가설은 최근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소행성대에 있는 혜성 꼬리에서 물의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혜성 충돌이 물의 기원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메릴랜드대학 천문학자 마이클 켈리 박사 연구팀은 최근 소행성대에 있는 혜성 238P/리드(Read)에서 수증기를 포착한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를 통해 발표했다.

혜성은 다양한 얼음과 가스, 금속, 먼지의 혼합체로 태양에 다가올 때 태양 빛을 반사하는 먼지와 가스로 인해 대기 꼬리가 생긴다. 이 꼬리가 실제 관측할 때는 아름답게 불타는 모습이지만 실상은 오염된 눈 덩어리다.

혜성은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해왕성 궤도 밖 카이퍼벨트 또는 오르트구름에만 있는 것이란 게 그동안의 연구였다. 태양과 근접한 곳에선 혜성이 가진 얼음 성분이 일찍이 기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서도 드물게 혜성과 유사한 천제가 발견됐다. 소행성과 같은 궤도를 가지고 있지만, 겉보기에 혜성과 같은 시각적 특징을 보이는 천체로 활성 소행성 또는 주대 혜성으로 불린다. 연구팀 관측 대상인 리드 혜성 또한 이들 천체 중 하나다.

연구팀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분광기를 통해 리드 혜성의 꼬리에서 수증기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소행성대 혜성 주변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물의 존재로 매우 중요한 관측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혜성이 해왕성 궤도 밖에만 존재한다는 기존 가설을 깨고 소행성대에도 진짜 혜성이 존재한다는 확증이다.

특히 이번 관측 결과는 태양계 형성 초기 물로 이뤄진 얼음이 태양 안쪽 소행성대까지 보존됐다는 점도 동시에 입증했다. 리드 혜성 주변에서 수증기가 발견됨에 따라 생명체 필수 성분인 물이 혜성에 의해 지구로 전달됐을 것이란 가설이 크게 힘이 실리게 된 것이다.

이같은 지구의 물 외부 유입설은 기존에 제시된 자체 생성설과 크게 엇갈리는 가설이다.

물 자체 생성설은 지구 형성 당시 포함된 먼지와 가스, 수증기가 지각 변동과 함께 발생한 화산 폭발을 계기로 대기권을 형성, 대기권을 이룬 수증기들이 비가 돼 내리면서 지금의 바다를 형성했을 것이란 가설이다. 자체 생성설은 그동안 태양계 안쪽까지 들어온 혜성은 태양으로 인해 표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수분이 모두 증발된 탓에 지구 충돌 과정까지 수분이 남지 못했을 것이란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이번 관측을 통해 태양계 안쪽 소행성대에서 혜성의 수증기가 처음으로 관측됨에 따라 외부 유입설에 대한 신뢰도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관측에 이어 소행성대 안 다른 혜성도 추가 관측을 통해 수증기 등 비슷한 구성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과학계는 이를 통해 생명체 근원인 물이 어떻게 지구에 존재하게 됐는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정답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혜성 관측을 통해 태양계 내 얼음과 물의 분포 등을 이해함으로써 가설로만 남아 있는 물의 기원에 대한 답에 가까워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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