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압박 받는 中…지방정부까지 韓기업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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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과 공급망에 차질을 빚고 있는 중국이 한국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국 내 연구개발(R&D) 조직을 두거나 한국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려는 중국 기업이 눈에 띄게 증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 지방정부까지 한국 반도체 확보에 나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저우원둥 부시장 등 중국 우시시 정부는 이달 초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털에서 ‘한-중(우시)과학기술 교류회’를 열고 국내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과 국산 반도체 장비 기업 등을 초청했다.

주한 중국대사도 참석한 이 자리에서 우시시 관계자는 “한국산 고성능 반도체는 중국 제조 산업에 꼭 필요하다”며 국내 기업과 강력한 협업 의사를 나타냈다.

우시시정부는 선언적 의지에 그치지 않고 몇몇 기업과 실제 협약을 맺어 반도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 내 직·간접 투자를 통한 현지 진출과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도약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기업도 있다.

이번 행사에는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국내 대학, 지역 공공기관, 디스플레이 등 국내 유관 기업이 초청 받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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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시시 주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털에서 한-중 과학기술혁신협력교류회 행사가 열리고 있다.

우시시는 국내 낯설지 않은 곳이다. SK하이닉스 D램 공장을 비롯, 국내 배터리·소재·부품 기업이 진출한 지역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우리 반도체 기술력을 인정해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면 투자 등 혜택 제공을 약속했다”며 “반도체 설계 시제품 이후 마땅한 지원이 없는 국내 정책이나 자력으로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기업에는 당연히 솔깃한 제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 이후 한국에서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판교, 정자 등 성남시 분당구 일대에 R&D를 만들어 한국 엔지니어들을 채용하는 사례와 국내 팹리스를 인수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국내 한 팹리스 업체 대표는 “회사는 한국에 둘 테니 매각하라는 중국 회사의 제안이 미-중 갈등 이후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 불가 상황을 고려하면 첨단 공정이나 수율 확보를 위해 국내 기업과 협력을 도모한 뒤 해외 인력을 유치, 중국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 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핵심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의 해외 매각이나 인력 유출을 방지할 대책을 마련하는 등 국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