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카드사에 삼성페이 개별 협상을 선언했다. 과거 앱카드협의체와 맺은 삼성페이 계약을 종료하고 카드사와 삼성페이 개별 계약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업 카드사에 현재 계약 중인 삼성페이 계약을 종료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전달했다. 공문에는 현재 카드업계와 맺은 삼성페이 계약의 자동 연장은 종료되며, 현재 계약은 3개월이 되는 8월 11일까지만 유효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별도로 향후 삼성페이 계약은 개별 카드사와 협상하겠다는 내용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4년 11월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NH농협카드로 구성된 앱카드협의체와 계약을 맺고 국내 삼성페이 서비스를 무료로 시작했다. 이후 비씨·우리·하나카드가 합류해 자동 연장되는 형태로 현재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기류가 바뀌었다. 금융당국이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유권해석 과정에서 가맹점, 소비자가 아닌 카드사에게 간편결제 관련 수수료율 부과를 허용하면서 그간 무료로 서비스하던 삼성전자가 삼성페이의 수수료율을 부과할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애플페이 도입 후 삼성페이 유료화 불을 지폈다. 실제 최근 삼성전자는 카드사들에 삼성페이에 애플페이와 동일하게 0.15%의 수수료를 받고, 규모에 따라 요율을 차등화하는 슬라이딩 방식까지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무료서비스 계약 종료와 더불어 개별 카드사 협상 타진이 사실상 유료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서 삼성전자가 제안한 유료화 방안에 카드업계가 난색을 보이면서 기존 앱카드협의체와 소위 단체계약에서 벗어나 시장 점유율, 이용실적에 따라 기존에 제안한 슬라이딩 방식보다 수수료율 차감이 더 큰 조건을 물밑에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카드사에 계약 종료 통보는 인정했지만, 유료화에 대해선 부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단체 협상으로 맺은 계약을 종료한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료화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시장 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다양한 방식의 계약을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가 자국 금융사에 과도한 유료화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삼성페이의 경우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하고 있지만, 실제 수수료를 유료로 부과하는 나라는 독일과 중동지역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나머지 국가에서는 마그네틱보안전송 방식(MST)이 아닌 애플페이와 동일한 NFC 결제임에도 수수료 무료 정책을 하고 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