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CBDC, 금융기관 인프라에서 정상 작동…상용화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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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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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가 모의실험에 이어 국내 금융기관과의 실제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세부 하드웨어에 따라 성능 차이가 발생해 세분화된 요구기준을 마련해 재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한은은 CBDC 도입에 관해선 연구 과정 등을 고려해 시범운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8일 한은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CBDC 모의시스템 금융기관 연계 실험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실험은 기존 단일 클라우드 환경에 구축됐던 CBDC 모의시스템이 실제 금융 IT 네트워크 환경에서 제대로 기능과 성능을 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CBDC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의미한다.

실험에는 자발적 참여를 밝힌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 금융결제원 등 15개 금융기관이 자체 인프라와 자비를 투입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동안 진행됐다. 한은은 해당 실험을 통해 연계된 환경에서 CBDC 모의시스템 주요 기능 정상 동작 여부를 확인하고 거래 처리 성능 면에서 모의실험 결과와 비교했다.

우선 중앙은행 시스템과 연계(CBDC 발행·환수, 기관용 지갑 생성 등), 이용자 지갑 관리(CBDC 지급·수납, 이용자용 지갑 생성 등), 이용자 간 CBDC 송금 등의 기능이 실제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정상 동작함을 확인했다. 원격지에 위치한 분산원장 노드(네트워크 참여자) 간 통신 지연으로 인한 시스템 성능 저하는 10% 수준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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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참가 기관별 성능 편차가 미미했던 모의실험과 달리, 연계 실험은 IT시스템 운영환경이 다양해짐에 따라 참가 기관별 처리 성능 차이가 발생했다. 클라우드는 사업자에 따라 성능 차이가 나타났으며, 자체 IT 서버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메모리 용량이 같더라도 CPU의 성능에 따라 결괏값이 많게는 3배까지 차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 관계자는 “네트워크 딜레이는 기존 수도권 1곳에서 전국 단위로 확대됐고, 노드 간 편차로 장애를 일으키면서 응답대기시간 지연이 나타났다”라면서 “추가 연구와 현재 요구기준(코어 수, 메모리 크기)을 포함해 세부화된 요구기준을 적용하면 응답대기시간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은은 모의실험에서 확인된 분산원장 처리 성능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블록 생성 시 더 많은 거래를 포함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했다. 그 결과 특정 노드의 문제로 블록 생성 시 오류가 발생했고, 관련 기능을 수정했다.

한국은행은 구체적인 CBDC 도입 계획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다만 연구개발 과정을 고려해 시범운영 등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CBDC가 도입됐을 때를 가정해 준비하는 것으로, 기술적으로는 해외와 견줘 우리가 뒤지지 않으며 시범운영 등은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 따라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연계 실험은 자체 시설과 비용을 투입해서 참여한다는 회사는 참가 대상 모집을 통해 추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