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한층 두터워진 양국 관계는 현 정부 들어 최대 규모로 꾸려진 경제사절단 역할도 컸다. 5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경제인들의 맹활약이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안보 동맹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 방미 기간에 동행한 경제사절단은 대기업 19곳, 중소·중견기업 85곳, 경제단체 및 협회·단체 14곳, 공기업 4곳 등 총 122개사로 구성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해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6대 경제단체장 등이 모두 참여, 현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경제사절단은 삼성·SK·현대차 등 선제적 대미 투자와 활발한 협업 노력으로 8조원에 육박하는 미국 기업의 릴레이 한국 투자 약속을 받아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나아가 이들이 조성한 훈풍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양국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한 이슈 논의에서도 일보 전진할 계기를 마련했다.
경제사절단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맡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강력한 한·미 동매의 토대 위에 양국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미래 70년의 공동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양국 동맹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역시 퀄컴, 코닝, 테라파워, 테슬라, GM, 구글 등 미국 주요 그룹 최고경영진과 활발히 교류하며 다각도로 협업을 모색했다. 양국간 투자 논의 과정에서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은 향후 5년간 한국에 15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경제안보 동맹 강화를 물밑 지원했던 그룹 총수는 공식적인 경제사절단 활동 기간이 끝나고도 비즈니스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5월 중순까지 미국 현지에서 글로벌 기업 CEO를 만나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 자격으로 남미 주요국을 돌며 유치 지지 활동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바이오, 미래차, 수소 에너지 등 첨단산업·청정에너지 분야에서도 경제사절단은 의미 있는 협업을 이끌어냈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협업 기획 모색을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이날 파트너십 행사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미국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와 소형원자로 개발 및 공급망 지원 등에 협업하는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보스턴에서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인이 맹활약했다. 이들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한미 디지털·바이오헬스 비즈니스 포럼'에서 1건의 신약후보 물질 수출 계약과 9건의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이끌었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미국 바이오 기업 비탈리 바이오와 자가면역질환 경구용 치료제 기술 수출 계약 체결을 주도하며 최대 4억7700만달러(약 6411억원) 규모 수익창출 성과를 거뒀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 강성지 웰트 대표 역시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 각각 3건과 1건의 MOU를 체결하며 협업 전선을 넓혔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사절단은 정치적 동맹을 넘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협력 모델을 제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굳건한 경제안보 동맹을 바탕으로 IRA, 반도체법 등 우리 기업 우려가 큰 영역에서 진일보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