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이 안보·경제 중심에서 '첨단기술 동맹'으로 한단계 더 진화했다. 우리나라는 첨단기술과 공급망 확보를 위해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은 우리의 디지털 첨단기술 역량에 투자를 확대한다. 미국 대표 IT기업인 구글은 “한국의 디지털 미래에 투자하겠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양국의 첨단기술 동맹이 이미 확고해졌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우리는 더욱 견고한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서 새로운 70년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등 첨단산업에서의 상호 투자 확대, 프렌드 쇼어링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이미 군사 동맹에서 첨단기술 동맹이 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한국 기업은 미국 곳곳에 투자를 확대해서 미국 첨단산업 지형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텍사스주는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으로 부상했고, 한국 자동차· 배터리 업체의 투자로 조지아주와 미시간주는 전기차 허브로 변모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첨단산업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한국의 차세대 반도체 장비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조금 전 투자 신고식에서 6개 미국 첨단 기업들이 반도체, 수소 분야 등에서 19억달러 규모의 한국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이 총 44조원이 넘는 미국 투자 계획을 구체화한 바 있다. 미국은 이번 윤 대통령 국빈방문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넷플릭스와 코닝 등이 총 7조9100억원(59억달러)의 한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양국 간에 첨단 공급망, 첨단기술 동맹은 이미 강화됐고, 이미 구축됐다”며 “한미 기업은 반도체와 IT,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모든 첨단 산업 분야에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이미 됐다”고 말했다.
미국 첨단 기업의 한국 내 투자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날까지 발표된 59억달러 투자 결정 외에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가한 기업들의 추가 투자 계획에 대한 발표도 기대된다는 것이다. 앞서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은 “코닝은 지난 50년 간 한국에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수천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이 자리를 빌어 앞으로 5년간 한국에 15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반도체 공급망(램리서치·IBM)과 원전 공동 진출(테라파워), 전기차 생산(테슬라), 청정에너지 개발(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한국과의 협력 강화의 뜻을 밝혔으며, 세계적인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FA-50 미국 수출을 추진 중인데, 세계 수출까지 성공하면 최대 340조원이 넘는 산업 파급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의 히로시 록하이머 수석부사장은 “한국과 콘텐츠, 퀀텀, AI 등 디지털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를 원하며, 한국의 디지털 미래에 투자하겠다”고 발언했다.
원천기술에 강점이 있는 미국 기업과 첨단산업 제조역량을 갖춘 우리 기업이 서로 간의 협력을 원한다는 점도 부각됐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회장은 “미래 경제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반도체, 5G, AI 등 첨단 기술에서 한국 기업과 윈윈 파트너십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회장은 “기술과 혁신이 양국 사회를 긴밀히 연결하는 '접착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한국과 미국은 서로 보완되는 이상적인 파트너 관계”라면서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서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6G 등 차세대 첨단 기술에서 지속적인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기업도 화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강력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한미 양국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은 긴밀히 협력해 왔으며, 미래 70년의 공동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은 “기술이 곧 안보인 시대에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조성이 중요하며, SK는 미시간주에서 첨단 웨이퍼 분야 투자를, 테라파워와 함께 2030년까지 SMR 상용화를 추진 중인데, 양국 기업인들이 기술 협력을 통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경제안보 파트너십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구광모 LG회장도 “미국은 혁신 아이디어와 풍부한 수요를 바탕으로 산업트렌드를 리딩하며, 한국은 소재부품, 제조생산 기술에서 강점이 있는 상호보완적인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워싱턴(미국)=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