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강은호 전 방사청장 "K방산, 미래 기술·인력 확보하면 美와 양강 체제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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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위 산업의 성공은 첨단 기술과 제조 능력, 정책 지원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성공에 안주해선 안 됩니다. 미래 신기술을 지속 발굴해 이를 방산에 접목할 수 있는 기반, 즉 교육·인력 양성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입니다.”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 방위사업청장)은 K방산의 눈부신 성장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결과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자 등 첨단산업 경쟁력과 높은 제조 경쟁력, 정권과 무관하게 이어진 정책기조와 지원이 수십 년간 융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강 위원은 K방산을 위한 미래 투자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첨단 기술의 전쟁터인 방산 특성에 맞춰 전문기술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강화하고 최상위 연구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는 강 위원이 최근 K방산 클러스터 조성, 대학 전문학과 개설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유기도 하다.

R&D 시스템 혁신도 역설했다. 도전적이고 파괴력을 지닌 과제를 발굴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구조 없이는 1등 전략의 성공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면 방산이 부국과 강병을 동시에 구현할 최적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방산 2대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 방산기업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K방산이 전성기라는 이야기 많이 나온다. K방산이 고공비행하는 이유, 경쟁력이 무엇인가.

▲방산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가 기술이다. 방산은 그 시대 첨단 기술의 집합체다. 관련 기술은 다른 나라가 쉽게 수출하거나 공유하지 않는 것이 대다수다. 즉, 첨단 기술을 독자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두 번째는 기술을 구현하는 능력이다. 자주포, 함정 등은 한번 구매하면 최장 30년 넘게 사용한다. 긴 시간 성능을 유지하려면 제조 능력이 출중해야 한다. 세 번째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다. 방산 제품의 최종 수요자는 정부다. 정부가 민간과 제품 개발 방향을 공유하고 일관되게 구매하지 않으면 시장이 사라진다.

한국은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간한 '2021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수준조사서'에 따르면 국방 분야 선진 16개국 가운데 한국은 단독 9위를 차지했다. 이는 2018년 이탈리아와 공동 9위에서 향상된 성적이다. 우리나라는 50여년간 순수 R&D를 통해 개발한 기술을 무기체계로 전환해 왔다. 제조 부문 경쟁력은 세계 수위권이다. 한국 기업이 생산한 다수 무기체계가 가격, 성능 측면에서 세계 정상으로 평가받는다. 예를 들어 K9 자주포는 방산 시장의 명품으로 평가받는다. 최첨단 무기체계에선 아직 1위 국가와 격차가 있지만 하이·미들(High·Middle)급 제품에선 한국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역대 모든 정부가 방산 관련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정부가 꾸준히 지원하고 투자를 하면서 기업도 당장은 손해를 보지만 꾸준히 투자하고 노력했다. 6·25 전쟁 이후 압축성장을 이른 경험과 경쟁력이 방산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우리와 적대관계에 있는 나라가 거의 없어 무기체계의 해외 판매가 순조로웠던 것도 이유에 포함된다. 한국은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무기체계 검증이 지속 이뤄지고 있다. 무기체계를 현장에서 검증하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제외하면 한국 정도밖에 없다. 그로 인해 국내 방산 시장이 유지되고 있다. 또 우리 무기체계를 사는 수요국이 한국을 침범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런 요인이 모두 융합해 강점으로 작용했다. 50년간 축적한 경험이 물적 기반이라면 이것을 작동시키는 것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다. K방산이 가장 좋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유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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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의 숙제, 고민은 없나.

▲방산하면 '비리'라는 단어가 바로 따라붙던 게 엊그제다. 정말 잘못한 일도 많았지만 시행착오까지 비리로 치부하는 사례도 많았다. 기술력이 없어 사업을 중단해도 비리라고 지적했다. 방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아예 없었다. 최근 방산이 수출 효자 노릇을 하면서 시선이 바뀌고는 있다. 그러나 수출이 부진하면 다시 방산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볼 공산이 크다.

방산이 가진 오해를 풀어야 한다. 가격을 둘러싼 오해가 대표적이다. 방산의 특성 중 하나가 '쌍방독점'이다. 가격은 공급독점일 때 비싸고 수요 독점일 때 싸다. 쌍방독점일 때 협상으로 결정한다. 정부가 협상력이 강하면 가격이 내려간다. 이때는 기업이 정부가 갑질을 한다고 소리가 나온다. 가격이 비싸면 국민은 비리라고 지적한다. 즉, 태생적으로 갑질, 비리 의혹이 따라붙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방안이 수출이다. 방산 수출이 늘어 해외 매출이 커지면 한국정부의 수요 독점이 깨지는 효과가 생긴다. 해외시장에는 다수 방산기업이 있으니 공급독점도 성립되지 않는다. 최근 수출 활성화로 인해 방산 시장의 쌍방독점이 깨지고 있다. 이게 바로 산업화다. 지금을 기회로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노력이 없으면 방산에 대한 오해는 쉬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K방산 고도화에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미래 신기술을 방산에 효과적으로 접목하는 시스템 구축이 다음 과제다. 신기술은 학자, 전문가가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방산 기술 관련 학문 기반은 약한 게 사실이다.

미래를 내다봐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건 학문적 역량 없이 불가능하다. 학문 기반을 강화해 신기술이 방산에 곧바로 반영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러면 다시 무기체계가 완성되고 시장이 생기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현재 일부 대학이 방산 관련 학과를 개설해 노력하고 있지만 재교육 과정이 대다수다. 그러다 보니 최고 수준의 인재가 이 분야로 유입되는 연결고리가 약하다. 재교육도 중요하지만 학부·석사로 이어지는 신규인재 양성 과정 또한 더 없이 중요하다. 최고 인재가 이 분야에서 최고난도의 기술의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학부 때부터 방위산업 전공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석박사 과정 밟고 장학금 지원받으면서 취업까지 보장되는 구조가 생기면 방산에 특화한 최고 수준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방산 신기술 개발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앞으로 민간 부문 최고 연구자가 국방 R&D에 참여해 시너지를 내야 할 필요성은 지속 커질 것이다. 한국 방산은 소프트웨어 등 일부 영역에선 기초 역량이 매우 약하다. 미래 무기체계는 무인 또는 유무인 복합체로 진화하고 있다. 전장은 수직 수평 공간으로 확장하고 극초음속 무기 등이 도입되고 있다. 무인화에 핵심은 인공지능(AI)이다. 또 로보틱스, 양자통신 등 다양한 기술이 무기체계에 접목된다. 우리가 아는 모든 신기술이 방산 분야에 먼저 적용되고 성과가 나올 것이다. 이런 기술 흐름을 따르지 못하면 K방산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계속 강조하지만 방산 R&D를 확대해서 차별화한 기술을 지속 확보하고 무기체계로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별로 특화한 방산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서로 협력하게 해야 한다. 방산은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

-방산 클러스터 허브 조성을 얘기하고 있는데 소개한다면.

▲새만금 등 전북지역의 방산 허브화를 제언하고 있다. 전주와 새만금을 잇는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하면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방산의 혁신은 대학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를 위해선 지역과의 협력도 필수다. 특화연구센터를 거점으로 기초기술을 확보하고 대학은 방위산업 집단 연구를 수행해 나가는 그림이다.

현재 방위산업 특화연구센터는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외에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권역별로 연구센터가 있다. 경남 창원, 대전은 각각 방산혁신클러스터 사업을 추진, 500억원에 가까운 예산도 투입하고 있다. 전북에는 36개 국방벤처센터 협약기업이 있지만 이를 집약한 거점연구센터가 없다. 시너지 창출이 어렵다는 의미다.

전북은 방위산업의 전략거점이 될 잠재력이 풍부하다. 미래 항공우주 방위산업에 필요한 소재산업에 강점이 있는 전북의 전략적 요충지다. 창원과 구미, 포항, 대전 등 기존 방산산업 밀접 지역과 협력하며 새 방산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정부 정책 관련 제언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방산 관련 규제가 많다. R&D에 실패하거나 도중하차하면 제재를 받는다. 파급이 큰 1등 기술을 개발하려면 이런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혁신 과제 100개 중 1~2개만 성공해도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다. 제재보다는 도전하는 사람을 격려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규제만 하면 누가 도전하겠나. 민간에선 성공·실패가 명확하게 나뉠 수 있지만 적어도 정부 과제 등에선 신기술에 관한 한 모험적, 도전적으로 나설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과제의 80%는 제재를 적용한다고 해도 신기술 R&D에선 과감하게 실패를 용인해야 파급이 큰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정부가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도전적 R&D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국방 분야에선 전혀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

예산도 확대해야 한다. 국방 8대 기술 관련 R&D 투자를 대폭 늘리고 도전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기틀을 마련한다면 K방산의 성과를 창출하고 미래 성장 기반까지 마련한 정부로 평가받을 것이다. 신기술과 인재를 양성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세계 2대 방산 강국으로도 도약할 수 있다.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은…

강 자문위원은 전북 김제 출신으로 완산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연세대 재학 중 제33회 행정고시에 합격, 공직에 입문했다.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당시부터 방위사업청에서 근무했다. 지휘정찰사업부장, 사업관리본부장, 기반전력사업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21년 1월 방위사업청장으로 취임했다. 방위사업청장으로는 첫 내부 발탁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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