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 부진의 근본 원인이 누적된 수출산업 기반 약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몇년간 호실적을 거뒀던 반도체 중심 수출구조 탓에 다른 산업들의 낮은 경쟁력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25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무역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진단했다.
무협에 따르면 올해 4월 20일 기준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3% 감소한 1839억달러로 집계됐다. 수입은 4.0% 하락한 2105억달러다. 무역수지는 266억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무협은 장기화하는 글로벌 경기 위축이 수출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한국의 수출산업 기반이 약화한 결과라고 봤다. 최근 몇 년간 반도체 이외 품목 수출증가율은 고작 2%대에 정체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 7년간 반도체 수출 증가분이 전체 수출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3%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지난 1분기는 반도체 수출 하락 영향에 따라 우리나라와 대만의 수출이 부진했다”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반도체 수출 편중이 가장 심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무협은 경직된 노동유연성과 낮은 가격경쟁력도 수출부진 원인으로 꼽았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주당 최대 52시간'이라는 현행 근로시간제에서 인력 운용에 큰 제약을 겪으면서 긴급 수주 등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저임금이 최근 5년간 27.8% 상승하면서 가격경쟁력 약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 지배구조, 인허가·건축, 안전·보건 등에 산재한 규제 탓에 수출기업들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흡한 연구·개발(R&D) 생산성도 수출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무협은 수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단기 방안으로 금리 인하, 원리금 상환 유예 등 특단 대책을 지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같은 내용을 관계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주당 실질 근로시간을 지속 줄이는 한편 시장수요 변화에 따라 유연한 생산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미국, 유럽 등 해외 순방 시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 등을 개최하는 등 단기 수출 마케팅도 요청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적합한 규제 개혁, R&D 생산성 강화, 인력난 대응 등을 주문했다.
정 부회장은 “무협은 중국, 동남아 등 성장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오는 9월까지 전문기관들과 과도한 기업 규제를 발굴해 내년 총선 전후로 여·야에 개정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 동향(단위 억달러, %)
자료:한국무역협회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