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에너지 업계가 국내 에너지 안보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면서 조속한 에너지 요금 조정을 촉구했다. 요금 인상이 계속 지연되면 에너지 산업의 필수 투자마저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은 에너지 요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의 강도 높은 자구책이 우선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단법인 에너지미래포럼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에너지미래포럼 초청 에너지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최근 전기·가스요금 인상 연기 관련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GS에너지, 한화에너지, SK E&S, 현대오일뱅크, 포스코인터내셔널, 한국가스공사,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 JNK히터 등 주요 에너지 산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에너지 전문가인 손양훈 인천대 교수가 '에너지 안보 환경 변화와 대응방향'을 주제로 발제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한무경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등 여당 핵심 인사와 함께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도 참여했다.
손 교수는 주제 발제로 에너지 요금 조정이 시장원리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것과 같이 전기위원회 독립성을 강화해 요금정책이 정치에서 벗어나 국제 에너지 수급과 연동될 수 있는 튼튼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상황이 안정적인 전력과 가스 공급에 우려가 될 정도로 악화해 국내 에너지 안보 기반이 매우 취약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전력망 구축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유연성 자원 투자에도 문제가 발생해 에너지 산업계 연쇄 경영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 차관은 축사를 통해 요금 인상 지연 시 에너지 안보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차관은 에너지 안보는 원전과 재생의 확대에 대응한 송·변전설비 등 전력계통망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응한 유연성 자원 확충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기·가스요금의 원가 회수율은 각각 70%, 62%에 그쳐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고, 에너지 공급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공기업의 안정적인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시장원리에 기반한 요금의 가격기능이 작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당은 여전히 한전·가스공사의 자구노력을 먼저 주문했다. 네 차례의 당정협의와 민당정 간담회에도 불구하고 원론적인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박 의장은 이날 토론회 축사에서 “국민 동의를 받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달라는 차원에서 한전과 가스공사에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조조정 노력을 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면서 “국민에 요금 인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그런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어 “국민의힘은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국민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면서 “에너지 업계 경영난이 심화하는 현실도 다 알고 있어 여러 측면에서 깊이 고려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덧붙였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