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발전으로 기존 암호화 체계는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양자암호통신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입니다.”
류탁기 SK텔레콤 인프라기술 담당은 양자암호통신 생태계 확장을 위해 국제표준 확보와 산업 수요 발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담당은 SK텔레콤에서 양자암호통신망 상용화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서로 다른 제조사 간 통신 장비로 구성된 양자암호통신망을 하나의 통합망으로 가상화해 양자키를 제공하는 자동제어·운용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그간 불가능했던 이종(異種) 제조사와 통신사·국가 간 양자암호통신망 연결이 가능해졌다.
류 담당은 “단일장비로 서비스되는 양자암호통신이 다양한 망에 연동되려면 이종 장비 간 인터페이스와 제어 방식이 통일돼야 한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개별 장비를 사용한 양자암호통신망 간에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함을 세계 최초로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역학 원리를 응용해 만든 차세대 암호체계다. 기술 핵심 원리는 양자역학의 '복제 불가능성'에 기반한다. 양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로 미세한 자극에도 상태가 변하는 특징을 지녔다. 이러한 민감한 특성을 활용해 제3자의 탈취 시도를 무력화하는 암호키를 만들고 이를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동시에 나눠주는 기술이 양자암호통신 핵심이다.
류 담당은 “기존 통신이 송신자와 수신자가 공을 주고받는 행위라면 양자암호통신은 비눗방울을 주고받는 것”이라며 “누군가 중간에 탈취를 시도하는 경우 흔적이 남고 모양이 변형돼 복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통신 핵심기술로 꼽히는 양자키분배기술(QKD)과 양자난수생성기(QRNG) 분야 기술력을 보유했다. 2011년 국내 최초로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스위스 양자암호통신기업인 IDQ를 인수해 글로벌로 생태계를 확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자암호통신 시범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다양한 실증망과 응용 서비스를 발굴 적용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양자암호기술 경제적 가치는 2026년 2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체 보안시장 규모(247조원)의 11%를 차지한다. SK텔레콤은 무선양자암호통신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장비 소형화와 비용 효율화 기술 개발을 지속한다.
류 담당은 “양자암호통신은 보안이 국익과 직결되는 국방·외교 및 경찰·소방 등 공공분야에서 가장 먼저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금융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을 비롯해 국내 기업들이 양자암호통신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지만 미국, 중국 등 선도국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 양자기술은 선도국인 미국의 81% 수준이다.
류 담당은 선도국과 격차를 줄이려면 양자기술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는 사업화 확산을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양자기술 사업화 수요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정부의 인력양성, 기술 투자 결과가 산업계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공공분야에서 양자기술을 선도적으로 받아들여 수요를 발굴해야 민간에서 사업화·재투자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