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설비 중심으로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는 현행 법제를 전송과 정보에 초점을 맞춘 수평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학계 주장이 나왔다.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경쟁 촉진을 위해서는 역무 중심 이원적 규제를 탈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 학술세미나에서 “물리적 설비 중심 규제에서 데이터·이용자 위주로 규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각 산업에서 통신과 결합이 촉진되고 온라인 플랫폼 영향력이 통신시장에 전이되고 있다”면서 “기간통신 중심 전기통신사업법 규제 합리성과 정당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역무체계 개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네트워크 설비 기준 보편적 통신역무를 수행하는 기간통신사와 통신 설비를 임차 사용하는 부가통신 플랫폼 간 규제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곽정호 호서대 교수는 “통신 시장 유효경쟁을 촉진하려면 서비스별 규제에서 탈피해 전송과 정보 서비스 중심 수평 규제로 개편해야 한다”면서 “네트워크와 서비스 계층으로 구분한다면 규제 공백과 차별 부담이 완화하고 새로운 기술 적용에 대한 유연성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 역시 “플랫폼 기업이 5G 특화망을 통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카카오톡이 단문메시지(SMS)를 대체하는 등 역무 구분이 모호해졌다”면서 “이메일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포함해 전송 영역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이용자 보호와 공정 경쟁 촉진을 위해 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은 “과거에는 한 개 네트워크 에서 한 개 서비스만 제공했지만 지금은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대다 구조로 발전했다”면서 “네트워크 구축 비용이 기간통신사만의 몫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수평 규제체계를 도입한 해외 사례도 언급됐다. 유럽연합(EU)은 통신 관련 서비스를 전송과 콘텐츠 계층으로 분류하고 차등규제를 적용하면서 콘텐츠 계층 진입규제는 없앴다. 일본도 통신사업 분류 제도를 통합해 진입규제를 완화했고, 미국에서도 통신서비스과 정보서비스로 구분, 별도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