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 차기 총장 선출이 늦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GIST 이사회는 지난 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제9대 총장 선임 안건을 상정했지만 3명의 후보 가운데 참석 이사 10명의 과반 득표자가 없어 부결 처리했다. GIST는 총장 재공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예상과 달리 최소한 2개월 가까운 '총장 공백'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GIST는 하루빨리 안정과 화합을 되찾고 새롭게 도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임 총장은 해임을 둘러싸고 이사회와 2년여 동안 법적 소송을 벌여 대외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기가 어려웠다. 직원과 교수 업적 평가에서도 전임 총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역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1차 공모에서 이사회가 차기 총장을 선임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이사회가 전임 총장과 해임을 둘러싸고 소송을 벌이는 도중에 전임 총장의 조기 사임을 조건으로 화해 종결한 것도 차기 총장을 서둘러 뽑기 위함이었다. 더욱이 총장 후보 3명은 총 10명의 지원자 가운데 서류전형과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면접을 통과한 현직 대학 교수들이지만 청와대 관료와 인터넷포털 사업자 대표, 국내 최고 대학 단과대학장, 총장 직무대행 등 이력 또한 화려하다. 이들 대상으로 정견발표와 면접까지 하고도 과반 득표자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를 결정한 것은 GIST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이사회로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차때처럼 똑같은 기준과 과정으로 재공모를 실시한다해도 차기 총장을 뽑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GIST는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는다. 짧은 기간 세계적인 연구중심 교육기관 반열에 올랐다.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 QS가 발표한 '2023 세계대학평가'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 부문에서 2008년 이후 15년 연속 국내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요즘 대학 사정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말미암은 급격한 변화와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 이공계 기피와 우수 인재 유출 현상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GIST도 암담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GIST 등 4대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을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한 것도 변수다. 정부 규제에서 벗어나 이사회 결정만으로도 인력 채용, 예산 집행이 가능해졌지만 GIST로서는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재정 확충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고, 자칫 특정 대학에 재정이 몰려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도 있다. 이는 GIST에 또 다른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차기 총장에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역할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GIST 구성원들은 하루빨리 능력 있는 총장이 선임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도덕성과 전문성, 리더십을 겸비하고 기관의 탁월한 비전을 그릴 수 있는 총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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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