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반도체 공정 견제 받는 中, '칩렛'으로 돌파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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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가속화하기 위해 첨단 패키징 기술로 눈을 돌렸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가 미국 견제로 가로막히자 우회로를 닦으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중국 베리실리콘은 최근 자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블루오션에 반도체 설계자산(IP)을 대거 공급했다. 베리실리콘은 중국 1위이자 세계 7위 반도체 IP 기업이다.

공급한 IP는 범용 중앙처리장치(GP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주축으로 모두 '칩렛' 구조를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칩렛은 여러 기능을 구현한 반도체(다이)를 결합, 고성능 시스템온칩(SoC)으로 패키징하는 기술이다. 반도체 회로 미세화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하는 방법론으로 급부상했다.

블루오션은 칩렛 구조로 고성능 AI 반도체 칩을 개발할 방침이다. GPU IP만 보면 초당 8조번 부동 소수점 연산(8테라플롭스)이 가능한 수준인데 엔비디아가 2020년 내놓은 GPU 칩 성능과 유사하다. 그러나 칩렛 기술로 GPGPU·NPU·비디오프로세서유닛(VPU) 등과 결합, 고성능 AI 칩을 만들 수 있다. 블루오션이 개발하는 AI 반도체는 단순 공정으로 따지면 10나노 안팎으로 추정된다.

내수 시장에 주력했던 중국 팹리스 룽손도 칩렛 기반으로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하고 있다. 룽손은 2021년은 독자 개발한 명령어 세트를 활용해 CPU 아키텍처를 구현한 바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제재로 뚫고 자체 CPU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룽손도 칩렛으로 CPU 성능을 보완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 외 중국 스타트업 바이렌테크놀로지도 칩렛 기반으로 GPU를 개발했다. 중국 1위 서버 제조사 인스퍼에 공급을 타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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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이렌테크놀로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칩렛 구조

중국 기업의 칩렛 개발 행보가 빨라진 것은 미국의 견제를 돌파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공정에 대대적인 규제를 걸었지만 설계와 패키징 쪽은 상대적으로 제재가 덜하다.

대표 사례가 칩렛이다. 첨단 공정으로는 고성능 칩 개발을 할 수 없으니 칩렛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강사윤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장은 “칩렛은 설계와 후공정 기술이 결합된 것으로 첨단 제조 공정 규제를 받는 중국의 선택지는 칩렛 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이 칩렛에 집중 투자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칩렛 기술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시 미국이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도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짙다. 중국은 이에 대비한 독자적인 칩렛 표준도 마련,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중국은 '중국칩렛리그'라는 자체 연합체를 구성, 자국 내 종합반도체기업(IDM)과 IP, 패키징 업체를 참여시켰다. 인텔·구글·ARM·퀄컴·삼성전자·TSMC 등이 연합한 칩렛 표준단체 'UCIe'에 대응, 중국 자체 칩렛 표준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최근 독자적인 칩렛 연결 인터페이스 표준인 'ACC 1.0'을 발표한 바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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