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미국인 기자가 간첩 혐의로 구금된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다.
30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WSJ 모스크바 지국 소속의 미국 국적 에반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을 간첩 혐의로 시아 중부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구금했다고 밝혔다.
FSB는 “게르시코비치는 미국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 군산 복합 기업 중 한 곳의 활동에 대한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며 "미국 정부를 위해 간첩 활동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게르시코비치의 불법 활동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같은 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이번 사안은 FSB 소관”이라면서도 “우리가 아는 한 그 기자는 현행범으로 적발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모스크바로 이송돼 FSB의 미결수 구금시설인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5월 29일까지 수감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와 관련한 재판은 비밀리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드물다. 만약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에 즉각 반발하는 동시에 자국민에게는 러시아를 떠나라고 권고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미국 시민을 겨냥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에반 게르시코비치의 구금을 가장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무부가 러시아 정부와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접촉 중"이라며 "여기에는 게르시코비치 기자에 대한 영사 접촉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지속적인 언론인과 언론 자유에 대한 탄압 역시 규탄한다”며 “미국인들은 러시아 여행을 자제하라는 정부 경고를 준수해야 하며, 러시아에 머물거나 여행중인 미국인은 즉시 출국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러시아의 미국 언론인 구금에 깊이 우려한다”며 “월스트리트 저널과 접촉 중”이라고 확인했다.
한편, 러시아 출신의 미국인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2017년 러시아 영어뉴스 웹사이트 ‘모스크바 타임즈’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AFP 모스크바 지국에서 활동했으며, 뉴욕 타임스(NYT) 뉴스 보조원으로 일했다. 지난해 1월 WSJ에 입사해 러시아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