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총수출 가운데 중국 수출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졌다. 대중국 교역이 최대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전환되면서 국내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수출 부진도 무역수지 적자에 큰 배경으로 꼽혔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28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올해 20일까지 교역액 대비 적자는 8.4%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7.4%에 비해 높고 1978년 제2석유파동 당시 8.2%보다 높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부회장은 수출이 안 좋은 배경에는 중국과 베트남, 반도체·철강 제품에 대한 수출이 좋지 않은 점을 꼽았다. 특히 중국과 반도체 영향을 한국 특수요인으로 지적하고 최근 수출 부진 요인으로 꼽히는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 및 보호무역주의 대두 등으로 인한 교역규모 위축보다 큰 문제로 봤다.
정 부회장은 “우리나라 올해 총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들어 처음으로 20% 미만으로 떨어지고 반도체와 철강제품 등 중간재도 수출인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총 수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2018년 26.8%, 2021년 25.3%에 이어 지난해 22.8%였는데 올해는 이달 20일까지 19.8%로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또 수지 측면에서도 중국은 최대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반전됐다.
정 부회장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대비 수입 수요가 둔화했고, 수출 상품 구성 중 중간재 자체 조달률이 상승했다”면서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 후 수출하는 상호 보완관계 역시 약화했고, 중국 내 한국 제품의 점유율도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계류, 화학공업, 플라스틱 등 분야에서 중국의 수출 자립도가 크게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석유화학이 포함된 화학공학제품은 수출 자립도가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 감소도 전체 수출 부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달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7% 감소한 43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8개월 연속 감소하는 모양새다. 무협은 현 수출 감소세가 이달 말까지 이어지면 금융 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인 2009년 1월의 46.9%를 갱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총수출 중 반도체 비중도 20일까지 누계 기준 12.8%로 줄었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15% 미만으로 하락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무협은 올해 1분기 수출부진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연간 수출은 8~9%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하반기 중 반도체 가격 회복, 중국 리오프닝 등 대외 여건이 호전될 경우 수출은 3% 내외 감소에 그칠 전망이다.
조상현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최소 상반기까지는 터널 안에 갇혀있는 형국”이라면서 “미국의 금리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제 회복 등 대외변수가 아직까지 우상향으로 돌아섰다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